등유값 급등…서민 '울상'
세금인상으로 LPG·LNG와 가격차 더벌어져도시보다 농촌 연료비 부담가중
난방연료로 사용되는 등유가 정부의 에너지세제개편으로 유탄을 맞아 가격이 급등, 서민 들의 가계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등유가격이 오르면서 소비가 줄자 석유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경유가격 인상 등을 목표로 에너지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2000년 등유 관련 세금은 리터당 136.6원에 불과했으나 이후 해마다 인상돼 현재는 262.7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에너지세제개편이 휘발유, 경유, LPG 등 수송용 연료에 맞춰져 있었으나 경유값 상승에 따라 운전자들이 값이 싼 등유를 대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난방연료인 등유도 덩달아 세금을 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등유는 경쟁 상대인 액화석유가스(LPG)와 도시가스로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와의 가격 차이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휘발유가격을 100으로 할 때 2000년 등유와 LPG, LNG간 상대 가격비는 40:31:37이었으나 세금이 대폭 오른 지금은 50:31:37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연료의 가격은 그대로 인데 등유만 오른 것이다.
문제는 등유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계층이 영세 서민층이란 점이다. 도시가스는 배관망 설치 등에 투자비가 많이 들어 도시 변두리 지역이나 시골은 보급이 어렵기 때문에 등유는 대표적 서민연료로 통한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서 전국적으로 동(洞) 지역은 도시가스가 난방용 연료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반면 읍(邑) 지역은 70% 가량이 등유를 사용했다.
하지만 등유의 지속적 세금 인상으로 도시가스 사용자가 동절기에 월평균 13만원 정도를 연료비로 부담하는 데 비해 등유 사용가구는 약 22만원을 지출, 서민 가계의 부담은 증가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도시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농촌 서민들이 연료비는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해 등유소비량은 99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석유업계의 부담 역시 이만 저만이 아니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일정량의 등유가 생산되기 때문에 소비가 감소한다고 생산량을 줄이기도 어렵다.
석유협회, 주유소협회 등은 등유가 경유의 대체연료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식별제를 사용하고 대신 등유 세금은 인하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세제개편에 따라 등유 소비가 감소하고 일부 서민층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등유 세금을 인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다만 추가적인 등유세금 인상은 주변여건 등을 고려하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입력시간 : 2005-03-24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