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기업 무더기 주총 '새 모습'

대기업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E비즈니스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고,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는가 하면, 주주들과의 의사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특히 지난해 시민단체 등에 끌려다녔던 대기업들은 올해는 주총전 사전협의를 통해 수렴할 것은 수렴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지난해 은행 등 금융권에서 선풍이 일었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제도가 제조업 재벌계열사로까지 확대된 것도 이번 주총의 특징이다. E비즈를 잡아라. 증권거래소 상장사 228개사와 코스닥등록업체 66개사 등 총 294개사의 주총이 열린 17일 주총장에서는 LG화학을 비롯, E비즈니스 진출을 발표한 기업들이 속출했다. 3월중 정기주총을 실시하겠다고 증권거래소에 신고한 520개 상장사중 3분의1이 넘는 181개사가 사업목적에 인터넷, 정보통신,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인터넷 유통업, 경매업, 전자화폐 사업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삼성물산을 비롯,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등 6개사가 E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현대그룹도 현대전자, 현대자동차 등 6개사가, LG그룹은 LG화학을 비롯해 산전, 상사가 전자상거래에 나선다. SK그룹에서는 SK상사, SK케미칼, SK텔레콤, SKC가 이비즈니스를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신사업 진출과 관련해 눈길이 가는 것은 지난해와는 달리 사업목적에 생명공학 관련 사업을 추가한 법인 18개사에 달한 것이다. 경영투명성 높인다. 또 다른 특징은 기업들이 경영투명성을 크게 높이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16일 주총에서 투명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100억원 이상의 내부자금 거래는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사외이사도 6명에서 7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LG는 올해부터 증권거래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기업들이 설치하도록 돼 있는 감사위원회 위원을 경영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전원 사외 이사로 구성키로 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대상은 LG전자와 LG화학, LG정보통신, LG건설, 데이콤 등 5개사다. LG 관계자는 『오픈(OPEN) 경영을 구현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주주와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판단에 따라 유리알 기업으로 혁신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들을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1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내년부터 시행키로 돼 있는 사외이사 50% 의무화 조치를 1년 앞당겨 8명의 이사중 4명을 사외이사로 채웠다. 소액주주 목소리 커졌다. 소액주주들은 주총의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17일 주총을 연 SK텔레콤은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수용,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집중투표제를 2003년부터 실시키로 결의했다. 데이콤은 22일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8명의 이사중 절반을 사외이사로 임명하고, 그중 2명을 참여연대가 추천한 사람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법정관리 이후 3년만에 주총을 연 기아자동차는 주가하락등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우려,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차단하는 바람에 계단과 복도등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예전에는 이사선임과 이익배당 등에 그쳤던 주주총회가 이제는 사업설명회, 경영개혁 발표장, 주주들과의 토론장 등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입력시간 2000/03/1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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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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