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올림푸스의 기쿠카와 츠요시 회장의 사임까지 몰고온 이른바 '올림푸스 스캔들'은 만일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아니었다면 발생하지도 않았을 사건이다.
지난 14일 전격 해임된 마이클 우드포드 올림푸스의 전 CEO는 2008년 올림푸스가 영국 의료기 기업체 자이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실체가 불분명한 자문사에 돈을 지급한 데 대해 의혹을 제기해왔다.
회사 대변인은 "경영 스타일과 방향이 회사와 맞지 않았다"며 우드포드 사장 해임배경을 밝혔지만 올림푸스는 CEO 해임을 비롯해 회사 내부에서 발생한 여러 의혹들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올림푸스 경영진과 일본 당국, 정치인과 주요 언론들은 하나같이 올림푸스의 의혹이 공개되기를 꺼려한다. 외국인 CEO였던 우드포드가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올림푸스 내부의 의혹들은 지금까지 묻혀 있을 것이다.
그나마 일본 언론 중에서는 유일하게 일본 월간지 펙타(Facta)만이 우드포드 전 CEO가 제기한 올림푸스의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전세계 언론들의 집중포화를 받은 올림푸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기쿠카와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결국 자신이 휘두른 칼에 당한 것이다. 어찌됐든 일본의 기업지배구조는 개혁의 출발점에 서 있다.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방법 찾기에만 급급한 경영자들 때문에 이와 같은 스캔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일본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20년간 좋지 않았다. 니케이지수는 올해에만 17% 하락했고 주당 순자산도 거래가격의 0.9배로 줄어들었다. 물론 올림푸스의 문제가 불거지고 외국 언론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자 일본 당국도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조금씩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CEO가 일본 기업의 수장 자리에 선임되면 폐쇄적이고 의견이 자유롭지 못한 기업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외국인 CEO들이 외부인의 눈으로 지적하는 것들에 대해 일본 기업들은 귀를 닫는다.
3ㆍ11 대지진 이후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뭇매를 맞은 도쿄전력도 2002년 원자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원자로 문제를 수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일본의 폐쇄적 기업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회사 내부의 갈등이나 문제를 표출하지 않아 안에서 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