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20일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 한 후 방명록에 글을 남기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18대 대선에서 나타난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이제는 대통령 박근혜가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 같았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8시45분께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섰다. 검정 패딩 코트에 목도리를 한 그는 집 앞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을 향해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인사한 뒤 자신의 카니발 승합차에 올라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박 당선인의 자택 주변에 배치된 경호인력은 대선후보 때와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당선이 확정된 전날 밤부터 무장한 경찰 병력이 경계 근무를 섰고 청와대 경호팀도 이날 새벽부터 투입됐다.
박 당선인은 경찰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오전9시께 동작동 현충원에 도착해 선거대책위원회 주요 인사들과 현충탑에 헌화ㆍ분향하고 묵념했다.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과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박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마친 뒤에는 기다리고 있던 시민참배객과 잠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황우여ㆍ김성주ㆍ정몽준ㆍ이인제 공동선대위원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서병수 사무총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 이정현 공보단장 등이 참석했다.
박 당선인은 이후 오전10시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당선 인사를 통해 당선 소감과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을 담은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또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강원지역 선거 유세 중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이춘상 보좌관의 납골당이 있는 고양시 하늘문 추모공원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박 당선인은 전날 당선 확정 후 광화문광장 특별무대를 찾은 자리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선거 중 큰 사고가 나 저를 돕던 소중한 분들을 떠나보내게 됐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고인을 회고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이 보좌관의 부인 이은주씨에게 “15년 동안 헌신적으로 보좌해주셨는데 결과를 끝내 보지 못하게 돼 너무나 마음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린 아드님이 꿋꿋하게 자라서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이 보좌관께서 가장 바라는 일일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씨는 박 당선인에게 아들이 쓴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달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이 보좌관을 추모한 뒤 같은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다 11일 사망한 김우동 선대위 홍보팀장의 장지가 있는 일산 청아공원도 방문했다.
박 당선인은 이후 정오에 여의도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선대위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어 오후2시30분께 당사 2층 강당에서 열리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그간의 노고를 격려했다.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승리가 정말 값진 것이지만 또 우리를 지지하지 않으셨던 국민 여러분의 마음도 잘 챙기고 보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며 “앞으로 야당을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해 국정운영을 해나가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더 열린 마음으로 더 겸허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다 함께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 국민행복에 동참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어떤 마음가짐을 먹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이 좌우될 것”이라며 “선거기간에 국민께 드렸던 약속들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챙기고 어떻게 정책과 예산ㆍ법으로 반영시켜야 할지 지금부터 하나하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날 밤 9시 15분께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이 보좌관과 같은 차량에 탔다 중경상을 입고 치료중인 사진작가 박병혁씨와 운전기사 임종성 씨를 찾아 감사와 위로를 전했다.
한편 이날 현충원 정문과 여의도 당사 등 박 당선인이 방문하는 곳마다 ‘폴리스라인’과 검색대가 설치돼 취재진과 참석자의 소지품 등을 확인했으며 헌병까지 합류하는 등 대통령 수준의 경호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