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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후 오퍼상으로 사회 첫발… 어떤 일 맡아도 즐겁게 죽기살기로 노력
경력단절 없이 임원·CEO까지 올라
임기 동안 모든 정열 쏟아부으면 그만… 내 역할 끝나면 미련 없이 떠날 것
인맥이 각광받는 시대다. 서점가에 넘쳐나는 자기계발서는 인맥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정보기술(IT) 발달은 과거 학연·지연·혈연 등 '3연'에 국한됐던 인맥의 범위를 웹의 세계로 무한 확장시켰다.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면에는 인적 네트워크 확장에 대한 욕망이 숨어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인맥은 성공의 지름길일까. 이 질문에 김상성(사진) MG손해보험 사장은 인맥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일갈한다. 김 사장의 삶 자체가 그 궤적을 따라왔다. 김 사장은 출신대(삼육고, 명지대 무역학과)도, 출신지역(충남 서산)도, 이 사회가 말하는 주류에서 조금은 비켜나 있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잘 나가는 고향 선배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나요? 태생적 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만 되면 됩니다. 쉽게 말해 사고방식만 정확하면 돼요. 만약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적성에 맞는 일인지, 자기 능력을 계발해냈는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CEO가 되기까지의 길은 험난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소규모 오퍼상(무역중개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년쯤 직장생활을 했을까. 오퍼상 시장이 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오퍼상만의 영역이 축소됐고 대기업들의 종합무역상사 진출도 잇따랐다.
그는 두번째 직장인 안국화재(현 삼성화재)에 입사했다. 시련은 또 찾아왔다. 어렵사리 임원까지 올랐더니 얼마 안 돼 회사를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에서 아웃소싱 업체에 자리를 하나 봐주더군요. 고마웠죠. 고민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어느 정도 급여가 보전되는 거였는데 그 대신 할 일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짧게나마 백수로 지내기 시작했다. 얼마 후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에서 영업본부장 제의가 들어왔다.그러나 김 사장은 1년이 채 안 돼 회사를 나왔다. 조직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았다.
다시 백수가 됐지만 이번에도 그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 김 사장은 제도권에서 벗어나 비제도권으로 영역을 넓혔다. 보험브로커 회사인 윌리스코리아에서 대표이사로 몇년간 시장을 관찰한 끝에 이번에는 자기 회사(리맥보험중개)를 차렸다. 그러던 차에 MG손해보험 사장 제의가 들어왔고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됐다.
김 사장에게 경력단절기란 없었다. 비결이 무엇일까.
"단순하죠. 열정이 있었으니까. 무엇을 해도 잘하려고 했더니 저를 데려다 쓰려는 분들이 나타나더군요. 전 일을 시작하면 일단 그 일에 매진합니다. 당연히 이 일을 하면서 그 다음에 어디로 가야지 하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 사장은 어차피 할 일이면 즐겁게 하라고 말한다.
"무슨 일을 하려면, 기왕에 하려면 죽기 살기로 해야 합니다. 동시에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으라는 얘기입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굳이 인상 쓸 필요가 있나요. 실력이 있고 열정이 있으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거기에 리더십이 있으면 금상첨화고요."
동시에 자신의 힘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이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대학 졸업반 때의 일이다. 학사논문을 쓰는 시기였는데 김 사장이 설정한 논문 주제는 해상보험. 당시만 해도 보험전문가가 많지 않았다. 제대로 된 논문을 쓰고 싶었던 김 사장은 고민 끝에 서울 통인동에 있던 보험감독원을 찾아갔다. 애를 쓴 끝에 당시 보험감독 분야의 국장을 만날 수 있었다.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관련자료를 요청했다. 담당국장은 밑의 직원을 불러 원하는 만큼 자료를 건네줬다.
"누구한테 소개를 받아 간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기댈 곳이 없었으니까요. 일면식도 없는 제게 시간을 내주고 자료까지 건네주신 그분께 아직도 감사합니다. 후배들이 이런 마음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또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용기를 가지기 바랍니다."
김 사장이 대놓고 우리나라 최고의 철학자라고 칭송하는 안병욱 선생 역시 그가 늦은 나이에 먼저 다가가 맺은 인연이다. 등산이 취미인 김 사장이 집 근처 산(아차산)을 자주 오르면서 우연찮이 만나게 된 분이 안 선생이다.
"어느 날 산에 오르는데 산 중턱에서 안 선생님이 바위 위에 앉아 계셨어요. 처음엔 누군지 몰랐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유명한 철학자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다 그분 집에 초대를 받고 그분 서재에서 차를 얻어 마시면서 얘기를 나눴어요. 참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존경하게 된 분입니다."
김 사장은 안 선생과 교류하는 가운데 '진인사대천명(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이라는 붓글씨 선물을 받은 후 이 격언을 인생의 지침으로 삼게 됐다.
지난해 김 사장의 인터뷰 기사가 사내에서 회자된 적이 있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MG손해보험을 반듯하게 세워놓고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제 막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롭게 시작하는 마당에 떠날 때를 언급하니 당연히 뒷말이 무성했다.
"그 인터뷰가 나간 후 욕을 한 바가지 먹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한계라는 게 있습니다. MG손해보험은 앞으로 100년 넘게 가야 하는 회사입니다. 후배들도 생각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금 저의 임무가 1층짜리 집을 짓는 것이라면 다음에 오는 CEO는 2층과 3층을 지어야 합니다. 본인의 역할이 끝나면 미련 없이 떠나야죠. 대신 전 임기 동안 모든 정열과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그만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직원들에게 늘 말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고.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무언가를 시도하다 보면 당연히 실패할 때도 있죠. 영업이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MG손해보험은 동종업계 꼴찌입니다. 모든 부분이 그래요. 1% 점유율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고 나머지 99%가 다 새로운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MG손해보험은 성장잠재력이 누구보다 크다는 것 아니겠어요."
■ 김상성 사장은 |
사회복지학 박사학위 따 제대로 된 봉사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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