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성장동력 고갈 2030년까지 장기침체"

경제부 장관 이례적 경고<br>푸틴식 경제모델 수명 다해<br>정경유착 막혀 개혁도 실패<br>연평균 성장률 2.5%로 하향



석유 등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끄는 '푸틴식 경제 모델'이 수명을 다하면서 러시아가 '스태그네이션(장기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경제부 장관인 알렉세이 울류카예프는 7일(현지시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러시아의 고속성장을 이끌던 동력이 이제 고갈됐다"며 "오는 2030년까지 러시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의 4.3%에서 2.5%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경제는 2030년까지 매년 평균 3.4~3.5% 성장할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는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울류카예프 장관의 발언은 통상 관료들이 자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 발언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러시아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가 성장을 이끄는 푸틴식 경제 모델이 수명을 다했고 러시아의 낙후한 투자환경 및 오래된 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때 이를 대체할 동력도 없다는 점을 러시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연평균 7%의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리게 된 것은 2000년대 후반 셰일혁명이 일어나며 에너지 의존형인 러시아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왔지만 정경유착에 막혀 개혁이 실패한 게 일차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WSJ는 2008년 대통령에 취임한 드미트리 메드베테프 현 총리가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투자환경을 개선해 경제현대화를 이루자"고 주장하고 지난해 국영기업 지분매각 등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에너지 기업의 정부 지분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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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세계은행(WB)은 10월에 낸 보고서에서 "러시아 경제는 성장여력이 고갈됐다"고 평가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에너지ㆍ은행 등 경제 핵심 분야에서 정부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 투자와 시장경쟁을 꺾고 있다"고 지적했다. WB가 발표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러시아는 최근 92위로 19계단 뛰어올랐지만 오는 2018년까지 20위 내에 진입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공약을 달성하기는 요원해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평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막대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던 유럽연합(EU)이 셰일혁명과 가스공급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수입을 끊었다. 이에 러시아는 한국ㆍ중국 등 동아시아로의 가스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국영 가스프롬이 독점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자유화하는 안을 추진하는 등 개혁을 단행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올해 경제성장 전망부터 암울하다. 모스크바 소재 고등경제대의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올 러시아 경제성장률은 1.6%, 내년에는 2.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3%대 초반을 예상한 러시아 경제부 전망의 절반 수준이다. 매크로자문위원회의 크리스 위퍼 수석 파트너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정부의 부양책이 동원돼도 내년에 1.8% 성장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기부진은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며 사회혼란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푸틴은 지난해 다시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연평균 5%의 경제성장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키기 어려워졌고 성장률 둔화로 막대한 개인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이 줄면서 반푸틴 세력이 득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급해진 푸틴 대통령이 내년 2월 소치올림픽 이후 메드베데프 총리를 교체하고 경제팀 물갈이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FT는 예측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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