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이사람' 시인 박남준편
길섶에 쑥부쟁이 하얀 취꽃 자욱하게 눈물지고요/한세월 백발의 머리풀던 억새들의 목긴 행렬이 상여길로 서럽게 밀려왔어요/이제와서 옛사랑을 잊는다고 그리 잊혀지는가요/이름부르며 이 들길을 걸어 첫눈이라도 올 듯한데/단풍의 숲은 두 눈을 가려 막막한 길을 묻고/옛날은 오지않는 님처럼 그리웠어요(그 쓸쓸하던 풍경 중)
'모악산 기슭, 박남준 시인에게'
번지도 없이 이렇게만 적어도 우편물은 배달된다. 19일 EBS '다큐 이사람'(연출 강태욱)이 찾아가는 사람은 홀연히 자연에 묻혀 여백과 같은 삶을 사는 시인 박남준이다.
그가 모악산방에 자리잡은 것은 지난 91년. KBS 작가 일을 무작정 그만두고 전주로 내려온 직후였다. 그로부터 10년. 시인은 봄이면 고사리를 뜯고 가을이면 곶감을 만들며 자연이 주는 그만큼의 풍요 속에 살고 있다. 그와 함께 '남도시인 3인방'으로 불리는 김용택ㆍ안도현이 때때로 찾아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세상을 등지고 자연에 귀를 연 후 그의 시세계는 물론 더욱 풍요로워졌다.
별들에게 안부를 묻고 야생화에 말을 거는 그이. 지금 그가 세상에 안부를 묻고 있다.
입력시간 2000/11/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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