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2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론인 선(先)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채 비준안 처리의 필요성을 거론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입지를 마련하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 대책의 실현 가능성이 없게 된 이 시점에서는 선 대책을 고집하기보다 비준에 찬성하되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성실하게 보완하도록 부대의견으로 요구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밝혔다.
선진당은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농민 피해대책 미흡 등을 이유로 `선 대책마련 후(後) 비준안 처리' 당론을 재확인했다. 이 전 대표는 부대의견을 다는 것을 조건으로 비준에 나서자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그는 "선진당은 `선 보완 후 비준' 당론을 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자괴감과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선 대책이 안 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내년도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나는 최근 대표직을 사퇴하기까지 우리 당의 대표로서 한미 FTA에 대한 당론을 정하고 진두지휘해왔다"며 "비준이 목전에 박두한 이 절박한 시점에 이르러 선 대책을 실현시키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총선 불출마가 정계은퇴로 이어지느냐"는 질문에 "정계은퇴와는 상관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