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후 상승 추세를 보였던 선진국 증시가 오는 30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주춤하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증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달러 강세,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통화 정책의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나타내고 있는 달러 인덱스보다 신흥국 통화 가치의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점이다.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초기 신호로 볼 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신흥국 증시의 위험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신흥국 통화의 추가 약세 흐름과 관련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신흥국 증시 및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식시장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도 불안정하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주의 집합체인 코스피200지수는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에 이어 외국인이 순매도를 이어갈 조짐을 보이는 등 잠재적인 수급 불균형 우려가 있다.
현재와 같은 증시 조정 분위기는 조금 더 연장될 것이다. 당분간 보수적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본격적인 기업실적 발표가 시작되면서 영업이익 하향 조정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형주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비율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만약 시장 기대치를 웃돈다고 해도 성장 지속성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상승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소형주 및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집중된 8월 초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2·4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로 잠시 안도했던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난 24일 발표된 HSBC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의 급락으로 재차 불거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7월 PMI지수 예비치는 48.2로 당초 예상치였던 49.7보다 낮게 발표됐다. 지표 부진을 목격한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이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 완화조치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질치는 중국 경기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시점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는 국제유가, 구리 가격 등의 하락 움직임은 소재 및 산업재 등 관련 업종의 주가 변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신흥국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