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전략물자관리원은 '기뢰제거함'

얼마전 TV 드라마 ‘주몽’에서 주인공이 철제 강철검 제작법을 터득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내용이 있었다. 철제 강철검은 청동검보다 훨씬 단단해 전투에서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기 때문이다. 주몽은 한(漢)나라의 비법을 알아낸 후 더 높은 수준의 강철검 제조 비법을 터득했고 이후 전투에서 승승장구한다. 드라마와 연관시켜 전략물자제도를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강철검’ 또는 그 ‘제조기술’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전략물자 통제의 기본 개념이다. 오늘날 전략물자란 핵무기ㆍ생화학무기ㆍ미사일ㆍ재래식무기 등 대량 파괴 무기의 개발이나 제조에 사용 가능한 품목을 말한다. 이러한 품목을 국제 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저해할 수 있는 ‘우려 단체 또는 국가’에 이전되지 않도록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 전략물자 통제제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1번째로 수출 3,000억달러의 위업을 달성했으며 무역 규모 1조달러 시대를 향해 쾌속 항진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산업의 기술, 가격경쟁력, 해외 마케팅 능력 제고와 함께 안전ㆍ안보ㆍ환경 등 글로벌 기업에 요구되는 각종 국제 규범 준수가 불가피하다. 그중에서도 전략물자는 마치 ‘바다의 기뢰’와 유사해 통제시스템에 적발될 경우 기업의 생존과 직결될 만큼의 파괴력이 있다. 특히 9ㆍ11 테러 이후 국제사회는 200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량 파괴 무기의 개발과 이전 등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유엔 회원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결의한 바 있다. 일본은 지난 80년대 후반에 ‘도시바 불법 수출 사건’으로 3개 회사가 수출 금지를 당하는 등 아픈 경험을 겪으면서 수출 통제에 대한 인식이 제고됐다. 반면 우리는 과거로부터 수출 진흥을 우선시하는 경영 방침이 깊이 자리하고 있어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지난해 말 조사 결과 우리 기업의 수출통제제도 인지도가 65%, 실제 이행률은 20% 수준에 그쳤다. 14일 ‘전략물자관리원’이 개설됐다. 아무쪼록 새로 출범하는 전략물자관리원이 무역 대국으로 향하는 대한민국호에 암초가 될 수 있는 전략물자를 효과적으로 가려내되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래의 임무에 충실해 수출의 문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규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는 ‘기우(杞憂)’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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