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게임박람회 '팍스(PAX)' 전시장. 그곳에서는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와 각양각색의 의상연출을 한 방문객들, 심지어 백발이 무성한 노인까지 게임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시회가 끝난 시간에도 전시장 인근에서 게임 캐릭터를 흉내 내거나 게임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한데 어우러졌다.
참가업체와 주최 측도 신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업체들은 시연회를 통해 자사 게임을 써본 이용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흥겨웠고, 첫째 날과 둘째 날 연이은 입장권 매진 사례에 주최 측도 콧노래를 불렀다.
또 게임 개발자들은 방문객들의 사인 요구 세례에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마치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남녀노소는 물론, 게이머와 업체가 혼연일체가 된 문화 축제를 연상케 했다.
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 등 전세계 게임 시장을 주름잡는 업체들이 즐비하고 십 수년간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게임 시장은 바로 이 같은 문화적 토양에 기반하고 있었다. 게임을 저급한 문화로 인식하지 않으니 업체들은 사기가 충천할 것이고, 내수 시장은 활기를 띨 수밖에 없다.
이제 눈을 돌려 한국의 게임 시장을 들여다 보자. 게임산업은 문화 콘텐츠로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할 정부도 그저 '업계의 몫'이라며 한 발 물러서 있는 양상이다. 게임에 대한 까다로운 사전심의는 업체들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이는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도 게임에 친숙한 세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들의 성장과 맞물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점차 사그라질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ㆍ이용자가 힘을 기울여 그런 날을 앞당길 수 있다면, 그래서 게임을 향유하는 문화적 토양을 게임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면 한국 게임 산업은 앞으로도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