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파워 3년내 '소니' 추격할것"
대담: 이현우 산업부 부장 hulee@sed.co.kr
"미국 시장에서 일류 브랜드가 되지않으면 삼성전자는 영원히 '3류'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1등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미국 현지 유통업체와 제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3년내 일본 소니에 버금가는 고급 브랜드로 거듭날 계획입니다."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네트워크 총괄사장. 삼성의 '반도체 신화'주역중의 하나인 그는 디지털미디어 부문에서도 신화를 일궈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진 사장은 자신감에 차있다. 임직원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열의에 가득 차있으며,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삼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기존의 싸구려 이미지를 서서히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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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장은 "'서퀴트 시티'와 새로 손잡기로 했으며 '베스트 바이'에 대한 올해 공급물량도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7억~8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오는 2월부터 미국 델사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센스 Q' 후속 모델을 공급, 미국 노트북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초기물량은 2억~3억달러 정도지만 내년에는 10억달러에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02'개막식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전시회사상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했고 청중들의 호응도 아주 컸다고 들었습니다.
▲CES는 전세계 2,000여개 전자, 유통업체 관계자등이 참가하는 세계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전시회로 세계최고 업체인 소니도 일본 본사 사람이 기조연설을 한 적이 없습니다.
삼성전자와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지요. 삼성을 '변방의 돈 좀 버는 졸부', 야구로 치면 마이너리그 선수로 취급하다 메이저 리그로 인정해줬다고 봐야지요.
기조연설의 슬라이드 쇼에서도 서울 남대문ㆍ민요등을 담아 우리 문화를 최대한 알리려고 노력했는데 참석자들이 큰 관심을 보여 보람을 느꼈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평소 유통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미국 유통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번 미국출장길에 성과는 있었습니까.
▲전자제품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려면 시장점유율이 10%정도는 돼야하는데 여기에는 유통부문의 영향력이 큽니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매장에 깔리지않으면 소용없는 일이지요. 예전에는 우리가 몇번씩 요청해도 만나기 어려웠던 미국 유통업체들이 요즘에는 먼저 협력을 제의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 디지털 가전시장의 중심조류는 무엇이고 삼성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습니까.
▲디지털화란 쉽게 얘기해 TVㆍ오디오등 각종 전자제품이 컴퓨터와 자유롭게 접속, 융합ㆍ복합화(디지털 컨버전스)하는 것을 뜻합니다. 올해는 무선으로 PC와 접속하는 제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이번에 삼성이 독자개발한 휴대전화 겸용 무선 PC인 '넥시오'의 경우 회사 바깥에서도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 결재등 각종 업무처리가 가능합니다. 생활속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디지털 가전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앞서 있고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ㆍ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ㆍ컴퓨터ㆍ가전제품등 모든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똑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원가경쟁력, 시장 대응력, 제품 다변화 등에서 경쟁업체를 압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또 다른 장점이 바로 '비빔밥' 문화가 아니겠습니까.(웃음)
- 디지털 제품은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에 이익도 많이 나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최근 IR(기업설명회)에서 발표된 지난해 실적을 보면 다른 사업부문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뒤지던데 왜 그렇습니까.
▲디지털 미디어 부문의 매출이 9조여원으로 정보통신 부문이나 반도체 부문과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2,800억여원으로 이들 두 부문의 절반내지는 3분의 1정도에 그친 것을 두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회계기준상 본사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부문은 해외법인의 비중이 국내본사보다 더 큽니다.
따라서 해외법인까지 포함하면 영업이익이 두배정도 늘어난 6,000억원에 달할 것입니다.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자했는데 6,000억원을 벌었다면 엄청난 실적아닌가요.
- 올해 경영목표는 어떻게 세웠으며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매출은 지난해(15조8,000억원ㆍ연결기준)보다 10% 가량 늘려 잡았습니다. 지난해 9~10월 계획을 짰기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인 목표지요. 하지만 시장상황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공격적으로 수정하려 합니다.
내부적으론 '와우(Wow) 프로덕트', 즉 사람들이 '와우'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로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플레이어와 VCR을 결합한 '콤보' 제품으로 110만대를 판매한게 대표적인 사례지요.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냉정하게 말해 아직은 소니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나머지 마쓰시다ㆍ도시바ㆍ필립스등과는 부문별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어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삼성은 미국등 선진시장에서 기존의 '싸구려' 이미지를 상당부문 벗어났습니다.
소니의 경우도 브라운관 TV 분야에선 신화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지만 벽걸이TV등 디지털 제품에선 충분히 추격할 수있다고 자신합니다.
- 국내기업들의 해외경영 전략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중국시장입니다. 삼성그룹의 중국진출의 핵심주력은 전자부문인데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전략은 어떤 것입니까.
▲일본 마쓰시타의 경우 저가 가전제품 위주의 생산기지화 전략을 구사하다 실패했습니다.
반면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은 대규모 투자와 기술 이전으로 중국내 가장 성공한 외국기업으로 떠올랐습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과 글로벌 생산기지화 전략을 균형있게 구사하려고 합니다. 특히 내수시장에선 디지털 TV, DVD 플레이어등 고가품으로 승부할 계획입니다.
- 일본 업체들이 주춤한 반면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중국이 한국을 따라오려면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중국 제품은 디자인, 마케팅, 기술력 등 핵심부문에서 한국 업체의 한 수 아래이고 아직 저가품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지요.
중국 제품은 중국 내에서도 싸구려입니다(웃음). 하지만 앞으로 정부나 기업들이 전략을 잘 짜지 않으면 중국 때문에 산업기반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지요.
▲소니처럼 '일류 브랜드 컴퍼니'를 지향합니다.(제품은 해외에서 생산하고 상표는 삼성전자를 붙일만큼 브랜드력이 커지는 것을 뜻함).
이를위해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를 현재 64억달러에서 3년내 100억달러로 높일 계획입니다. 또 시장, 고객위주의 '마켓 드리븐 컴퍼니'가 삼성전자의 목표지요.
-전자산업 경기는 언제쯤이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합니까.
▲윈도 XP 수요 증가 등으로 하반기에는 확실히 나아질 것입니다. 이미 체감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리=최형욱기자
사진=신재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