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원의 외화가 해외 어학연수에 쓰이는 우리나라의 영어교육 현실을 바꾸는데 앞장 서겠습니다”
황규동 세스넷 사장은 마치 해외어학연수를 간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교재를 만들면 해외 시간, 비용을 충분히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면에서 황 사장은 최근 선보인 `가상현실 체험영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교재는 2년간 20억원의 개발비가 투자된 교재로 카세트 테이프 32개, CD 22개로 구성됐다. 3차원 애니메이션과 음성인식엔진을 이용해 학습자가 마치 설정된 상황에 실제로 처한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점이 특징. 황 사장은 “식당, 호텔, 병원 등 30개의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학습자가 가상현실 속에서 롤 플레잉을 통해 말하기, 듣기를 모두 배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세스넷은 사실 카세트 테이프 영어교재 `세스영어`로 유명세를 탔다. 이 교재는 99년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50만 세트가 팔려 관련시장을 석권했다. CD, 온라인 등 첨단 매체를 통한 영어교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구석기`매체인 카세트테이프 교재가 이처럼 인기를 끈 이유는 뭘까. 황 사장은 첫째로 교재의 우수성, 둘째로 판매대리점을 활용한 마케팅을 꼽았다. 그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정보를 머리 속에 입력하고, 이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게 중요한데 세스영어는 주기ㆍ분산학습법을 채택해 자연스레 영어를 익히도록 했다”며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전국 200개 이상의 판매대리점들이 온라인, 방문판매 등 다양한 마케팅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것도 큰 힘”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판매호조에 힘입어 세스넷은 지난해 매출 128억원, 순이익 2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학원 프랜차이즈, 학습지 부문을 강화해 150억원 매출을 겨냥하고 있다.
매출과 순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회사 내부에서 직영체제 확대, 판매제품 세분화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황 사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모이면 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독립채산제 판매방식을 고수할 방침”이라며 “테이프와 CD를 따로 팔자는 영업사원들의 건의가 많지만, 성공적인 학습효과를 낼 수 없어 교재의 가치가 떨어지고 소비자들로부터도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