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과 현대 등 경쟁관계의 다른 그룹들은 자신들의 「고통」에 비해 LG를 부러워하지만.LG의 씁쓸한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뛰는 반도체 가격에 비례한다.
주력제품인 64MD램의 가격은 개당 12달러로 「폭등세」다. 하루가 다르게 뛰면서 근래없는 호황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호황세는 2001년까지 계속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체 주식시장을 이끌 정도의 파워와 함께 다시한번 「조단위 순익」의 신화를 예고할 정도다.
불과 몇달전 「공급과잉」을 이유로 진행된 「빅딜」을 생각하면 반도체 호황을 바라보는 LG의 속이 시커멓게 탈만하다.
반도체의 가격폭등을 놓고 본다면 빅딜은 상당부분 명분을 잃었다. 지난 8일 열린 청와대 정책간담회에서 김승연(金昇淵) 한화회장은 대산유화단지의 통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삼성과 현대석유화학을 통합하면서 일본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이 구상은 석유화학 빅딜의 핵심이다. 金회장은 통합업체에 일본의 자본이 들어오면 현재 동남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본이 유리해 질 수 있다는 논리를 제기했다.
국가경제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정책)은 존중돼야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불변의 진리라는 믿음, 이해 당사자들에게 한치의 틈도 주지않는 밀어붙이기도 문제다. 미국 클린턴 정부의 유례없는 호황은 「신속한 결정」과 잘못된 결정에 대한 「재빠른 수정·보완」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가 「9월 대공세」로 부르는 최근의 재벌개혁도 한번쯤 생각할게 있다. 최근 만난 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원로경영인인 그룹 회장이 한말을 전해주었다.
『부(富)의 대물림을 막아도 좋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도 좋다. 그러나 기업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꺾으면 그 손실은 한세대 안에 회복되기 어렵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정책에 대한 논란이 많다. 그 공과는 멀잖아 판가름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기업인의 경영마인드를 꺾어서는 안된다는게 이 원로 경영인의 지적이었다. 이 회장이 지적하는 「의욕저하」의 이유에 대해 구조조정본부장은 『기업인에 대한 인식이 너무 강조되고,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벌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성사시킨다는 목표아래 기업인(회장 및 최고경영자)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기업하는 행위를 죄악시하는 분위기는 재고돼야 한다. 당장의 목표 달성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기업인에 대한 이미지 악화처럼 더 큰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9월들어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재벌개혁에서 이런 점은 없는지 살펴보는게 개혁의 후퇴는 아닐 것이다.
朴遠培 기획특집팀 차장/WOBA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