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대의 기업 도산으로 이어지며수만명의 투자자들을 울린 월드컴 회계부정 사건과 관련,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버나드 에버스(63)에 대해 징역 25년형이 선고됐다.
미 맨해튼 연방법원의 바버라 존스 판사는 13일(현지시간) 선고공판에서 "이보다 적은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범죄의 중대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중형을선고했다.
에버스에게 선고된 형량은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사실상 종신형 선고로 해석되고 있다.
존스 판사는 '에버스는 회계부정의 주모자가 아니며, 구체적 내용은 잘 모르고있었다'는 변호인측의 주장에 대해 "에버스는 이 사건 범죄활동의 주모자였다"며 일축했다.
원고측 변호인인 앨런 헤베시는 "이번 사기는 투자자 수백만명의 주식투자 중단을 초래함으로써 미국 경제 전반에 수백억 달러의 피해를 입히는 계기가 됐던 사건"이라면서 "이제 정의가 집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공판에 참석했던 한 변호사는 "판사가 에버스에게 책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변호인측은 에버스의 심장질환과 자선활동을 들어 관용을 베풀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존스 판사는 심장질환이 형량을 줄여야 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이 마저도거부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민츠 전 연방검사는 "이번 판결은 월드컴과 같은 대규모 사기사건 범죄자들이 과거 폭력범들에게나 선고되던 판결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오싹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에버스는 월드컴을 창업, 미국의 대형 장거리통신 회사로 성장시켰으나 수많은투자자들을 울린 110억 달러 규모의 월드컴 회계부정의 상징이 돼왔다.
에버스는 월드컴 회계부정과 관련해 올 여름에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6명의전직 임원 중 가장 먼저 선고를 받았다. 나머지 5명은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에버스에 대한 수사에 협조를 해왔다.
1990년대 미국기업 '성공신화'의 대표주자였던 장거리통신업체 월드컴은 38억달러 규모의 분식회계사건으로 2002년 파산했으며, 이후 씨티그룹 등 은행들은 충분한 자산사정을 실시하지 않은 채 주식과 회사채를 판매했다며 월드컴 주주들로부터손해배상 집단소송을 당했다.
앞서 미국은 회계 책임자의 독립성과 재무자료 작성에 관한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한 '서베인스-옥슬리법'을 제정, 대기업 CEO들의 책임 범위를 크게 늘려 "자세한 건 몰랐다"는 총수들의 변명이 통하지 않도록 했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