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선별목록 방식을 골자로 한 정부의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제약업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보건복지부는 약제비 절감의 일환으로 복합제 일반약의 건강보험 적용 대상 제외,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값 20% 인하 등 굵직굵직한 보험약값 인하 정책을 잇따라내놓고 있다. 제약업계는 이 때문에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제약업계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대형 악재'라며 제약협회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이 같은 반발 기류와는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제약업계에서도 상위권 제약사와 중.하위권 제약사 간에 상당한 입장차이가 감지된다.
물론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당분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 지출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2005년 29.2%에서 2011년 24.2%로 낮추기로 함에 따라 제약산업의 성장성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길게 봤을 때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해 약품을 많이 쓰는 40대 이상 연령층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건강보험 약제비 지출은 장기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그 수위와 강도에서 그동안 예상했던 범위를넘어서지 않기 때문에 기술력과 영업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상위권 제약사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예상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 중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중도적 수준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제약산업을 짓누르고 있던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게 돼 상위권 제약사에는 긍정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화증권 배기달 연구원은 "정부 정책의 핵심은 무조건 약제비를 절감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 약제비 적정화에 있고, 싸고 효능이 있는 좋은 약만을 건강보험에 등재한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연구개발력이 높아 양질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선두 업체는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위 제약업체에 대해 전혀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 경쟁력 없는 중소업체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 연구원은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현재 제약업계에 난립해 있는 영세업체가 자연스럽게 퇴출당하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조은아 연구원도 "가격 대비 효능을 비교해 신약을 선별 등재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이 도입되면 기술력이 떨어지는 하위 업체들의 자연스런 퇴출을 유도하게 될 것이고, 상위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큰 이익을 거두고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조윤정 연구원 역시 "제약산업은 앞으로 자체 신약개발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오리지널약 보유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에는 유리하지만, 기술력이 취약한 중소제약사들의 입지는 크게 악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독자적인 기술력과 영업력을 갖춘 상위 제약사들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