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고된 미화원의 절규 "우린 파리 목숨보다 못해"

신라대 미화원 40명 5일째 옥상 노숙 농성…"고용보장 요구"

“수년간 일한 일터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났어요. 우린 파리 목숨보다 못한 처지입니다.”

신라대 환경미화원 A(52·여)씨는 밤만 되면 영하로 떨어지는 사범관 옥상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5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미화원으로 일하던 A씨는 올해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해고됐다.

바뀐 용역업체인 G사가 면접에서 고용승계 조건으로 제시한 기존 상여금(연 60만원 상당)과 연차, 동계·하계휴가 반납, 업무범위 확대 등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A씨는 당장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의 학비는 물론 하루 생활비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농성 중인 신라대 환경미화원 40명 중 37명은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여성들로 외벌이인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들은 최대 12년에서 최소 4년 이상 근무했으며 하루 8시간 근무에 월 평균 103만∼104만원의 최저임금 수준 급여를 받아왔다.

이들은 연차휴가 등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노동조건 보장과 용역업체가 아닌 대학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하던 미화원들은 2012년 9월 노조에 가입했다.


농성 9일 만에 학교와 용역업체와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보장 등에 극적으로 합의해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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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인 지난해 2월 용역업체가 A사로 바뀌며 미화원들은 다시 3개월간의 긴 임금·단체협상 끝에 기존 합의사항과 함께 연 60만원의 상여금과 연차, 동계·하계휴가 사용, 방학 중 단축 근무 등을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2월 대학과 수의계약을 맺은 다른 용역업체가 기존 임단협 합의사항을 무시한 근로조건을 고용보장 조건으로 내밀면서 갈등이 심화된 것이다.

미화원들은 용역업체가 기존 합의사항을 무시하는 이면에 대학 측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용역업체의 청소업무 대행계약을 대학이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라대 관계자는 “2012년 합의는 대학이 참석만 했을 뿐 실제 합의 당사자는 미화원 노조와 용역업체”라며 “이번 임단협도 대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소대행업무의 최저입찰제도 미화원들을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내모는 등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라대가 용역업체와 1년간 맺은 청소대행금액은 대략 8억∼9억원으로 알려졌는데 20∼30%의 용역업체 수익을 제외하면 48명(비노조원 포함)의 미화원들이 겨우 최저임금을 받기에도 빠듯한 금액이라는 것이 미화원들의 전언이다.

최저금액을 써내는 업체가 낙찰되는 조건에서 상여금 등 합의사항과 연차 사용 등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권리 보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화원들은 용역업체 간접고용이 아닌 대학 직접고용만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국석 민주노총 일반노조위원장은 “대학은 용역업체를 방패막이로 삼아 노조의 요구에 귀를 막고 있다”며 “대학이 미화원을 직접고용해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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