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업전선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왠만한 기업이면 경쟁률이 수백대 1을 넘는다. 여기에 최근 미국 테러참사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신규인력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 인력까지 줄이는 고강도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고 있어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하반기 대졸 취업자 채용규모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난해에 비해 20~3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불었던 벤처열풍이 가라앉으면서 벤처기업들의 인력흡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인 인크루트가 매출액 500억원 이상의 41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52.7%인 216개 기업이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했으며 13개사는 하반기 채용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채용계획을 확정했다고 답한 181개사의 채용규모는 총 1만5,800여명으로 이들 업체의 상반기 채용인원 1만8,458명에 비해서도 14.4%가 감소했다.
인쿠르트의 이민희 팀장은 "예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채용이 4:6의 비율을 보이던 것을 생각하면 하반기 채용이 상반기보다 줄어드는 올해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바늘구멍 보다 작은 취업문
삼성, LG, SK, 현대ㆍ기아차,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의 채용인원은 총 5,150명으로 지난해 하반기(7,480명)보다 31%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2,500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100명만을 채용할 계획이며 현대ㆍ기아차 등 일부 기업들은 미국 테러사태 발생후 신규채용을 전면 보류하고 있다.
LG는 올 하반기 계열사별로 50명에서 많게는 300명까지 총 2,750명이 대규모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며 SK도 400명 정도를 채용할 방침이다.
업종별로는 매년 전체 채용의 1/3을 소화하는 정보기술(IT)업종의 하반기 채용규모가 세계적인 IT경기의 침체로 연초 예상의 절반 정도인 3,800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전기ㆍ전자ㆍ건설ㆍ증권ㆍ보험 등 대부분 업종이 경기악화로 신규채용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제약이나 백화점이 채용이 괜찮은 편이지만 대부분 영업직이나 계약직을 선발하고 있다.
◇정보력이 취업문을 여는 열쇠다
기업들의 채용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아 사내 교육을 통해 인재를 만들기보다 능력있는 경력사원을 그때 그때 충원하는 방식으로 방침을 바꾸고 있다.
때문에 그룹차원의 대규모 신규인력 채용은 줄어들고 사업부 단위에서 필요인력을 수시로 채용하는 방식이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채용방식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학에 추천서나 입사지원서를 보내는 기업, 신문에 채용공고를 내는 기업은 사라지고 있다.
대신 인터넷을 통하거나 전문 아웃소싱업체를 통해 서류심사를 거친 인력만 간단히 면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 취업정보 제공업체는 잡링크ㆍ스카우트ㆍ인쿠르트ㆍ휴먼피아 등 800여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취업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정규직 보다 임시직ㆍ파트타이머ㆍ파견근로자 등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단 계약직이나 파트타이머로 취업을 한 뒤 능력을 발휘, 정규직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나중에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지 꼼꼼히 살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 지를 미리 숙지하는 것도 필수사항이다. 업종별 직종별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크게 차이가 난다. IT기업들은 자격증보다는 경력을 중요시 한다.
대학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보다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자신의 실무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영업ㆍ판매업종에서는 외모와 성품이 중시된다. 상대방을 고려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쌓을 수 있는 학생회ㆍ동아리 활동도 점수를 더하게 된다.
유통ㆍ보험업종은 학점이나 영어실력보다 리더십을, 증권업에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필요하다. 모의 투자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 재학생이 증권회사에 특채로 일하는 사례도 있다.
삼성의 인사담당자는 "영어실력과 학점이 채용의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책임있는 자세가 우선적인 선발기준이다"고 말했다.
조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