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여기서 끝장을 보자

흑81은 대개의 경우에 무조건 선수로 활용되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그냥 가로 뛰어나올 자리였다. 82로 반발하자 흑의 응수가 졸지에 궁하게 되었다. 일단 83으로 젖힌 것은 최선. 이세돌은 숨도 쉬지 않고 84로 절단했다. 흑85로 물러선 것도 최선. 이때 백86으로 가만히 치받은 수가 의외로 강렬했다. 제자리걸음 같은 이 수가 그토록 강렬한 까닭은 중앙 흑대마의 연결고리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구리는 한참 망설이다가 87로 응수했지만 여전히 약점은 그대로 남았다. 이세돌은 가차없이 92로 끊어 버렸다. 흑87로 참고도1의 흑1로 이으면 전혀 사고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 못하다. 백2 이하 6의 수순으로 흑대마가 절단된다. 절단되면 그대로 사망이다. 백94가 어려웠다. 검토실에서는 참고도2의 백1이 추천되고 있었다. 흑2면 3으로 눌러 흑 4점이 잡힌다. 흑2로 인하여 분단된 오른쪽 백대마가 다소 불안하지만 안형이 풍부하여 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실전보의 94를 선택했다. 아예 여기서 끝장을 보자는 태세였다. 검토실에는 조훈현9단이 들어왔고 잠시 후에는 송태곤이 들어왔다. 1년 전에 한중천원전에서 패한 바 있는 송태곤은 구리의 바둑에 유독 관심이 많다. 진행을 확인하더니 역시 참고도2였으면 백이 아주 편했다고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