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콩판 개똥녀 '버스 아저씨', 사람들서 인기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통화를하다 승객과 시비를 벌이는 모습을 찍은 이른바 '버스 아저씨' 휴대폰 동영상에 대해 홍콩 네티즌들이 한국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현지시간) 공중도덕을 무시하고 이를 지적하는 승객과 실랑이를 벌인 50대 남성에 대해 대해 홍콩 네티즌들의 동정과 관심이 이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적이라면 공중도덕을 무시한 채 무례함까지 보인 이 남성이 비난받았을 것이지만 오히려 홍콩 네티즌들은 '버스 아저씨'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 남성의 행동이 대도시의 각박하고 짜증스런 삶을 대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버스 아저씨' 사건은 지난 4월29일 밤 홍콩의 한 버스 안에서 시작됐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휴대폰 통화중이던 한 중년 남성에게 뒷자리에 앉아있던 엘비스 호(何銳熙.23.부동산중개인)가 "아저씨 조용히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 남성은 다짜고짜 뒤돌아 앉아 호에게 "나 스트레스 받고 있거든. 너도 스트레스 받고 있지. 그런데 왜 나를 건드려? 너도 전화통화하면 되잖아"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욕설과 손가락질을 섞은 폭언은 무려 6분간이나 계속됐고 "이제 그만두자"는 호에게 이 남성은 "그만두자고? 난 아직 안됐어. 아직 풀리지 않았거든.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라며 고함을 질렀다. 이 장면은 조금 떨어져 앉아있던 한 대학생 승객의 카메라폰에 담겨져 인터넷에 올려졌다.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다운로드 횟수가 500만회를 넘어설 정도로 관심을 끌면서 버스 아저씨의 모습이 그려진 티셔츠 배너광고가 등장하고 동영상은 휴대전화 신호음, 뮤직비디오, 만화, 광고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이 남성이 내뱉은 "너도 스트레스 있지. 나도 스트레스 있어"라는 말이나 "아직 풀리지 않았어(未解決)"라는 말은 홍콩 주민들 사이에 일종의 유행어가 됐다. 신문에선 `버스아저씨' 열풍을 진단하는 칼럼이 이어지고 교육당국까지 나서 공중도덕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 대한 토론자료로 이용할 계획을 밝힐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결국 홍콩 언론이 이 중년 남성의 행방을 추적한 끝에 12년동안 실업자 인생을 살고 있는 로저 찬(陳乙東.51)이라는 신원을 확인해 냈다. 한때 홍콩의 수반인 행정장관 선거에까지 도전하려 했던 찬은 로또에 당첨되기도 했으나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은 뒤 홍콩 변두리의 단칸방에서 매달 1천800홍콩달러(약 22만원)의 정부지원금으로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저널은 찬의 행동이 홍콩의 공중도덕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홍콩 사회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각박함과 짜증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찬이 비난받아야할 행동을 했음에도 동정과 관심을 받고 있는것 같다고 분석했다. '버스 아저씨'로 유명세를 타면서 한 스테이크 전문점의 홍보담당으로 취직까지하게 된 찬은 좋지 않은 일로 기회를 잡게 됐지만 좋게 결말을 보고 싶다면서 열심히 일해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찬은 7일 저녁에는 한 식당안에서 괴한 4명에게 구타를 당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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