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벤처.중소기업 새천년을 연다] 1. 정책진단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벤처·중소기업을 육성, 건전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정부정책의 비효율과 부작용이 여러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이같은 벤처·중소기업 정책의 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밀레니엄 시대를 이끌어갈 젊은 경영인을 소개하는 「벤처·중소기업, 새천년을 연다」를 1부(정책진단)와 2부(밀레니엄 시대 우리가 이끈다)로 나누어 시리즈로 연재한다.【편집자 주】특수 패널 생산업체인 A사는 최근 인천 국제공항에서 외국업체와 수주경쟁을 벌이다 실패했다. 제품의 성능이 훨씬 우수하면서 가격은 20% 가량 저렴한데도 말이다. 『당초 외국제품을 고려해 설계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공항측의 설명』이라고 B사장은 아쉬워했다. 점차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각종 보호제도 등 중소기업을 외형적으로만 육성하려는 정책에 한계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과 경쟁에 나서기만 하면 힘없이 무너지고 만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대기업들이 물량공세·덤핑으로 중소기업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계열사 등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덤핑손실을 만회하면서 잘나가는 중소기업 업종을 넘나들고 있다. 그래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정부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없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제 정부정책은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건전한 시장구조를 확립하는 한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수정돼야 한다. 현재의 정책기조로는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급변하는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중소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70~80여개에 달하는 사업명으로 총 3조8,000억원 이상의 자금지원과 함께 대대적인 벤처기업 육성 단체수의계약 폐지 등 제도개선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 정책을 펴고 있다. 부도기업 가운데 우수기업에는 회생을 뒷받침하는 1조원 상당의 자금지원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자금수혈에 초점을 맞추며 양적인 팽창만 도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어음 중심의 부당한 하도급거래와 대기업들의 덤핑행위 등 불공정행위는 시장기능을 왜곡시키는 대표적인 문제들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37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납품대금 결제조건이 대부분 어음(72.1%)으로 이루어져 경쟁력 확보에 장애가 되고 있다. 현금으로 지급받는 경우도 법정기간인 60일을 넘는 경우가 22.3%에 달하는데 이 경우 지연이자(연리 25%)를 받는 업체는 2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지원이 철저한 검증없이 서류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다 보니 부실대출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고 담보 위주의 대출관행 또한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 정책자금 용도도 설비투자와 기술개발·경영안정 등 몇몇 분야로만 집중돼 기업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용품 업체인 B사의 L사장은 『선진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UL 등 현지인증을 모델별로 획득해야 하나 그 비용이 건당 최고 1,000만원에 달해 어려움이 크다』며 『정부가 지난해부터 소액을 지원해주고는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책자금의 다양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벤처기업 정책도 실업난 해소책으로 변질되면서 벤처산업의 틀을 형성하는 인프라 구축보다는 2002년까지 2만개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목표달성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벤처캐피털사 등을 통한 투자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데다 「벤처기업 기준」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단순 소기업도 벤처로 변신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일단 되든 안되든 「벤처확인서」를 받아 자금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속셈에서다. 지난 97년말 부도가 난 후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C사의 H사장은 『부도에 처한 기업들은 보증기금 회사들이 납품대금까지 압류하는 탓에 회생여력을 잃고 만다』며 『IMF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빚어진 경우에 한정하더라도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단체수의계약 제도는 단계적으로 2001년까지 사실상 폐지하는 대신 그 해당품목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묶는 식의 미봉책만을 내놓고 있다. 단체수의계약을 폐지하는 대신 중소기업간 경쟁을 유도, 경쟁력 있는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식의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최동규(崔棟圭)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벤처기업의 경우 높은 위험, 높은 수익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언제나 부도발생의 위험이 있지만 국내에서 부도기업은 재기하기 힘들다』며 『정부는 이런 여건들을 하나씩 개선, 제도화하고 이를 충실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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