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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準) 강남권'으로 불리기까지 했던 경기도 과천시 주택시장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3.3㎡당 매맷값이 서울 강남구에 육박할 정도로 강세였지만 정부청사 이전에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 등 악재가 맞물리면서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집값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
2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1년간 과천시 일대 아파트 매맷값은 10.39% 떨어져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변동률(-3.21%)의 3배를 넘는 것이다.
실제로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슈르' 전용 116㎡의 경우 지난해 초 10억6,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8억9,000만원으로 1억7,000만원이나 급락했다. 원문동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아무리 가격을 낮춰 내놔도 도무지 매수자를 찾아볼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가격이 떨어지면서 과천시 일대 주요 아파트 거래는 1년만에 거의 반토막난 상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래미안 슈르, 주공2단지 등이 위치한 원문동과 주공4ㆍ5ㆍ6ㆍ7단지가 자리잡은 별양동 일대 아파트 거래건수는 지난해 1월 28건에서 올 1월 13건으로 줄어들었다.
재건축이 추진중인 노후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6억원에 거래됐던 별양동 주공4단지 전용74㎡는 1년여만에 7,000여만원이나 떨어진 가격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별양동 Y공인 관계자는 "그나마 저층 재건축추진단지는 새 아파트나 재건축이 쉽지 않은 중층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덜 떨어진 편"이라고 전했다.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각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속속 사업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추진위원회 단계인 주공1단지는 지난 25일 조합설립총회를 열었고 주공2단지 역시 조합설립을 위한 총회 개최 일정을 조율 중이다. 주공 7단지는 부림동과 별양동으로 단지를 나눠 사업을 추진중이다. 부림동(7-1단지)은 최근 추진위 승인을 받았으며 별양동(7-2단지)도 추진위원장 선출 단계다.
주공 6단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업속도가 빠른 편이다. 이미 조합설립까지 마친데 이어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다. 입찰에는 GS건설ㆍ대우건설ㆍ현대산업개발 등 3개 대형 건설사가 참여했으며, 내달 8일로 예정된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부림동 A공인 관계자는 "각 단지별로 사업속도에 다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앞으로 시세가 사업 추진 상황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건축 사업 추진만으로는 과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제기된다. 정부청사 이전으로 과천 시장을 지탱했던 배후 수요가 대폭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주택경기침체와 시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가격이 연일 하락하는 추세"라며 "과천 역시 강남권 주택시장과 연동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