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이란의 좋은 친구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처럼 이란도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 급부상했다. 미 백악관이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지만 사실상 이란은 미국이라는 믿기 힘든 친구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더 많은 힘을 갖게 됐다. 이란은 훗날 부시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이란 역사에서 ‘황금 시대’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만 하더라도 이란은 이라크와 함께 미국의 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국가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미국이 오랜 숙원이었던 사담 후세인 축출에 나서면서 이란은 관심사에서 멀어지게 됐다. 게다가 현재 이라크 정권은 친이란파 위주로 구성돼 미국이 이란에 힘을 실어준 결과를 낳고 말았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서구식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평화롭고 단결된 새 이라크 정부가 탄생하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미국은 또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에 이란의 시아파 근본주의자들과도 물밑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후세인의 압제에 시달리던 시아파 이라크인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는 ‘선한 의지’를 이란 쪽에 기대했으나 이란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이란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들고 나와 외교 분쟁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마저 이란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커졌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주 인도를 방문해 민간 핵기술 지원 등을 골자로 한 핵 협정을 맺은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인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도 아니어서 핵에너지 개발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결정은 주변 국가들과 서방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핵 개발 계획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한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는 미국이 핵무기 개발 욕구를 억제했던 국가들도 이란식 결정에 동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인도와 핵 협정을 맺은 것은 분명 그릇된 결정이다. 인도의 핵 개발은 지원해주면서 이란의 핵 문제는 국제연합(UN) 안보리에 회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란은 서방국가들이 핵 문제와 관련해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 부시 대통령은 테헤란에 핵 개발 강행을 위한 선물을 또 한번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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