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부동산 버블 뇌관' 지방정부 산하 투융자회사 솎아낸다

막대한 대출로 빚더미… 경기부양 도구서 애물단지로<br>지방정부 재정 파탄·은행권 부실 확산 사전차단 나서

중국정부는 지난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부동산 프로젝트 개발을 유도해 경기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 부채가 급증하며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네이멍구자치구의 철도건설공사, 후베이성의 교량공사, 저장성의 고속도로 공사.


중국 정부가 부동산 버블 붕괴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방정부 산하 3,800여개의 투융자회사를 솎아내기 위한 살생부 작성 작업에 돌입했다. 이는 국무원이 지난 6월 부실 투융자회사를 정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무원 19호 문건(지방정부 융자기구관리방법 강화 통지)'을 지방정부에 통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들 투융자회사는 도로, 교량 등 공공프로젝트와 주택 건설 등을 위해 지방정부 보증이나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막대한 대출을 일으켰다. 부동산 경기가 잘 나갈 때는 주택 분양 호조 등으로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었지만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거래가 급감하고 토지 판매수입이 줄어들면서 이들 회사 중 상당수는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들 회사에 대한 은행 대출은 7조3,80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70.4% 급증했고 지난해 은행 신규대출의 40%가 이들 회사로 들어갔다. 투융자회사의 줄 도산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에 이들 회사 빚을 보증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파탄은 물론 대규모 은행 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 때문에 이 같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중앙 정부가 사전에 부실 회사를 대거 정리함으로써 부동산 버블 붕괴의 공포를 덜려고 하고있는 것이다.

◇경기부양 도구에서 애물단지로 전락= 지방정부 산하 투융자회사는 사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만 해도 성 단위에서 2~4개만 존재했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조 위안의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쏟는 과정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지방정부의 부동산 개발을 적극 유도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각 지방정부는 세수에 맞춰 지출을 해야 한다는 예산 법에 따라 지방채 발행 권한이 없어 경기부양을 위한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이러자 지방정부는 산하에 투융자회사를 설립해 이들 회사에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은행 대출을 일으켜왔다. 전문가들은 이미 가동한 프로젝트 자금에 계속 돈이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2011년 연말까지 이들 회사의 부채 잔액이 12조 위안, 지방정부의 채무 잔액은 15조 위안에 이를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경기부양 과정에서 급속도로 투자를 일으키며 성장을 견인해왔던 이들 회사들이 부동산 버블 우려와 경기 진정 과정에서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국무원 19호 문건은 투융자회사에 대한 부채규모와 시스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후 전면적으로 정리 절차에 들어가고 성급 지방정부가 투명하게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 합리적인 지방발전자금을 획득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로 투융자회사의 부채 규모와 리스크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토지 담보도 토지 가격이 하락할 경우 큰 문제가 되지만 지방정부의 협찬서 등 종이 문서 하나로 대출이 이뤄진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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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담보법에 따라 '지방정부가 대출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름만 바꿔 사실상 보증이나 담보를 해온 것이다.이 같은 관행은 성급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2ㆍ3선 도시, 현급 단위 등 하위 지방정부에까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떨고 있는 투융자회사들= 투융자회사들은 지금 살생부 발표를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이들 회사들은 상당수 단기간 내에 토지담보 및 지방정부 보증 등을 활용해 막대한 은행 대출을 일으키며 급성장해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황이다.

대표적 예로 샨시성 시안의 취장원터우(曲江文投)라는 투융자회사는 지난 2002년 자산이 600만 위안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은행 대출을 일으키면서 2009년 10월말 현재 170억5,200만 위안으로 2,842배가 늘어났다. 지방정부가 세운 이들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대부분 대량의 토지뿐이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토지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질 때는 문제가 없지만 건물 분양이 안 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이익을 내지 못하고 막대한 부채를 이기지 못해 도산할 수밖에 없다.

이들 회사는 '문화투자회사'라는 명목으로 영화, 미디어, 전시회 등 여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제 일은 토지 담보로 돈을 빌리고 부동산 개발을 통해 사업이익을 챙기는 식이었다.

장시성 난창청터우(南昌城投)란 회사도 살생부에 들까 봐 떨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8년전 2억1,000만 위안이던 자산이 현재는 120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청터우의 급성장 과정은 사실 토지게임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장시성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보통 난창시가 먼저 난창청터우에 토지를 양도하고 이를 담보로 이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부동산 개발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자산 규모가 급성장한 데는 시 정부 소유 토지를 이 회사에 집중적으로 몰아줬기 때문이다.

◇홍딩상런(紅頂商人)이 투자회사 급팽창의 배후= 지방정부 산하 투융자회사들이 정부 산하 토지를 독점 공급받는 것은 물론 아무런 제약 없이 무분별하게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배후에 홍딩상런(紅頂商人)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홍딩상런이란 정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기업에서 일하는 권력자를 뜻하는 말이다.

이들 투자회사는 명목상으로는 민간 회사이지만 지방정부 공무원을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 등으로 파견해 사실상 정부기관과 다름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버렸다. 일례로 난창청터우의 경우 대표이사를 난창시 재정부 전임 부장이 담당했다. 이러다 보니 부동산 프로젝트의 적합성, 효율성 등 경영적 측면을 생각하기 보다는 지방정부의 성장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려놓고 보는 식의 행태가 확대 재생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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