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24일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02억달러로 제시했다. 반면 같은 기간 그 동안 전 세계 정보통신(IT)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던 애플의 영업이익은 92~95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는 반면, 애플은 주력인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리즈의 판매 둔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아이패드 시리즈의 질적ㆍ양적 성장은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는 애플의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23일 뉴욕증시 마감 후 1~3월 실적을 발표한 애플의 순이익은 95억달러로 전년 동기(116억달러) 대비 18%나 줄었다. 블룸버그는 이날 “애플이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와의 경쟁으로 인해 지난 2003년 이후 10년 만에 순이익이 줄어들었다”며 애플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삼성전자를 지목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면서 양사의 시가총액도 차이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 1,948억달러(약 218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애플 시가총액 3,744억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준(52.0%)이다. 작년 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애플의 42.0%에 그쳤다. 불과 반 년 사이에 삼성전자가 10%포인트나 격차를 줄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 2006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애플보다 컸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후 연이어 히트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전세가 역전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격차는 커졌다. 지난해 8월 말에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애플의 25.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애플의 주가는 아이폰5의 사전 주문 인기에 힘입어 작년 9월 중순에는 700달러를 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 등의 수요가 부진한데다가 새로운 제품 출시 전망까지 불투명해지면서 애플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크게 꺾인 상태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17일 2011년 12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40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문송천 카이스트대 교수는 “IT 업계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과거 삼성은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었으나, 구글과 힘을 합쳐 애플을 빠르게 따라잡았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과거에는 애플이 시장의 주도자였으나 이제 애플이 삼성을 쫓고 있는 형국”이라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한편 애플의 부진으로 국내 관련 부품주들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플의 부진은 이미 예상된 것이라며,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부진은 이미 예상됐기 때문에 관련 부품주들의 주가에 선제적으로 반영됐다”며 “이번 분기 실적이 국내 애플 관련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