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일상사/공장 폐업… 경영자 변신 결단(중기 홀로서기·끝)

◎신보도움 자금없이 기존 리스설비 인수/옛직원들 종업원고용·거래처 협조 약속/지난 8월 컴퓨터 자수기 추가도입 여유컴퓨터자수업체인 세일상사의 박순형 사장(34)은 아직「사장」이라고 불리우는 것에 익숙치 못하다. 지난해 10월 다니던 회사가 중국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회사를 인수, 일약 과장에서 경영자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직원들이 자신을 사장이라고 부를 때면 얼굴이 붉어지는 버릇은 아직도 남아있다. 박사장이 91년부터 몸담고 있던 회사는 지난해말 갑자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구로공장은 페업을 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박사장을 비롯한 13명의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신세로 전락될 처지에 몰렸다. 자신도 물론이거니와 그곳에 몸담고 있던 직원들의 생계문제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박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자신이 아예 그 회사의 컴퓨터 자수기를 인수하고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다행스럽게 회사에서도 박사장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한대당 1억2천만원에 이르는 컴퓨터 자수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만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 때는 남의 집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24평짜리 주택을 분양받아 때맞춰 중도금 대기도 버거운 형편이었다. 그 컴퓨터 자수기는 (주)신보리스로부터 시설대출을 받은 것이라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신용보증기금 구로공단지점은 박사장을 방문해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절차를 자세히 알려 주었다. 그리고 박사장과 함께 더이상 자금을 빌리지 않고도 그 기계를 인수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섰다. 신보는 결국 채무자를 변경해 박사장이 따로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기계를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다. 박사장은 주위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컴퓨터 자수기를 확보하고 사업장을 마련,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회사이름은 세일상사로 정하고 이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을 다시 종업원으로 고용했다. 또 거래처를 돌아다니며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고 앞으로도 거래관계를 지속하기로 약속받는 등 협조를 구했다. 회사를 책임지게된 이후 박사장은 아침 6시면 회사에 나온다. 그날 작업물량을 배치하고 기계를 손보는가하면 멀리 성남까지 직접 납품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장이 된 이후 무엇보다 아내의 불만이 가장 크다. 어린 쌍동이 아들을 돌봐줄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할 판국이다. 박사장은『평소 창업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진 셈』이라면서『비록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훨씬 편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데다 지금은 경기가 다소 어렵지만 앞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컴퓨터 자수기 1대를 추가로 도입해 생산규모를 더욱 늘렸다. 그만큼 여유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 3년이 지나면 지금 가동중인 자수기의 리스계약기간이 만료된다. 그때엔 구로공단으로 사업장을 옮겨 컴퓨터 자수기도 추가로 들여올 꿈을 키우고 있다. 월급쟁이보다 사업가가 더 힘들고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사장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자동화된 2대의 검퓨터 자수기와 함께 오랫동안 같이 생활한 직원들이 주위에 있기 때문이다. 출근하면 직원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업무얘기도 하고 생산과정의 애로사항을 같이 논의하며 그 어느곳보다 즐거운 직장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박사장은 오늘도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사업자등록증을 꿈꾸듯 바라보고 있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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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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