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7대1, 국가數 차이 현실화…"美와는 다른 접근방식 필요"

■ EU, FTA협상서 높은 원산지 기준 제시


“27개 국가 대 1개 국가의 차이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추진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 중 하나는 협상과정에서 불거질 ‘27대1’이라는 숨겨져 있는 실질적인 힘의 차이다. 27개 국가로 구성된 EU는 단순하게 한개 국가가 아닌 ‘최소 27개 분야의 경쟁력’을 지닌 경제공동체인 만큼 그에 따른 파급력을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설령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하더라도 EU의 경우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주 LG연구원 책임연구원은 “EU를 미국과 같은 단일 경제권으로 취급할 경우 각 국의 각기 다른 산업구조나 교역구조 등을 고려하지 않게 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27대1’의 차이에 따른 우려는 협상이 진행될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주 EU가 제시한 역내 부가가치비율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높자 우리 측 대표단은 당황하는 기색이다. EU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역내 부가가치비율 40~75%는 우리 측이 미국과 맺은 기준(35~55%)보다 높다. EU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는 이점을 이용해 부품 등의 조달을 역내에서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다. 생산비용이 낮은 동유럽에 위치한 회원국을 생산기지로 삼아 부품 등을 조달해 최종 상품을 생산해도 EU의 경우는 해외조달이 아닌 역내 조달로 분류돼 역내 부가가치가 높다. 한국으로의 대부분의 수출품이 ‘Made in EU’로 분류돼 비관세 등의 특혜관세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역내로 분류될 수 있는 국가가 ‘한국’ 하나뿐이다.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부품이나 원재료는 모두 ‘역외’로 해당된다. 즉 국내에서 최종 생산된 제품 중 해외 현지공장의 부품조달이 많을 경우 ‘한국산’으로 인정되지 않아 EU와의 FTA를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수출 공산품 중 중국이나 베트남의 현지 공장에서 부품을 조달해 국내에서 제품을 완성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역내 부가가치 기준’을 높일 경우 한국산 인정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해외 현지공장의 부품조달이 많은 한 업계의 관계자는 “글로벌 아웃소싱이 대세인 상태에서 해외 부품 조달은 당연하다”며 “만약 역내 부가가치 기준을 높여 EU에서 특혜관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글로벌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제시될 수정 상품 양허안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차 협상에서는 상품 양허안을 놓고 EU 측에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3년 이내 관세철폐 품목이 교역액 기준으로 EU가 80%, 우리 측은 60%로 차이가 나 EU 측이 “개방 수위를 높여줄 것”을 강하게 제시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 측은 3차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 양허 수정안을 제시하기로 하고 2차 협상을 끝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수정 양허안이 낮게 제시될 경우 EU는 낮은 수준의 FTA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압박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차이’를 무시한 채 EU가 요구한 대로 상품 양허안을 높이는 게 과연 (우리 측에) 이익이 될지는 좀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자동차의 경우 고급차는 독일ㆍ스웨덴 등이 앞서고, 소형차는 루마니아가 가격경쟁력에서 더 앞서는 등 미국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 측은 개방수위를 좀더 높이자는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와 현실적인 차이를 고려해 양허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산자ㆍ농림부 등이 의견차를 조정 중이다. 의견차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초 예정돼 있던 8월 말 수정안 제시는 협상을 일주일 앞둔 오는 9월 중순께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3차 협상은 다음달 17일부터 21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우리 측이 제시한 수정양허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에 EU가 새로 제시한 원산지증명방법, 또 2차 때 제기했던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양측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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