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부당내부거래 관련소송 봇물

판정기준·과징금 적정성 논란재벌과 공기업의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은 총 2,955억원. 공정위는 지난 98년부터 9차례에 걸쳐 재벌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부당내부거래를 조사, 29조2,000억원의 지원성 거래를 적발하고 이를 근거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엄청난 금액이니 만큼 해당 기업들의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재벌과 공기업은 부당내부거래조사 결과에 대해 대부분 이의제기를 거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재 공정위에 진행중인 행정소송 50건 가운데 24건이 부당내부거래 사건. 특히 지난해 말 4차 조사결과분과 지난 1월 공기업 조사결과분의 경우 이의제기 절차를 밟고 있어 행정소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지자 법조계에서는 부당내부거래 전문변호가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때아닌 특수가 일고 있다. 공정위도 잇단 소송에 대비해 송무기획단을 신설하는가 하면 최근 2명의 사법연수원 졸업생을 특채하기도 했다.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가 송사로 이어지는 것은 것은 그만큼 내부거래 판정의 잣대가 모호하다는 반증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2년 이상 과징금 납부를 미룰 수 있기 때문에 소송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손해볼 것 없다는 해당기업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당내부거래 판정의 적법성 여부는 공정위가 일단 판정승을 거뒀다. 서울지방고등법원은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한 2건의 행정소송 모두 공정위에 손을 들어준 것. 지난 1월 13일 서울고법은 LG정보통신(LG전자로 합병됨)이 제기한 시정명령등 처분취소 행정소송에 대해 "이유 없다"며 기각한 바 있다. 이 판결은 재벌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 부과등 각종 제재조치가 적법했다는 첫 판결이어서 앞으로 유사한 송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는 이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지난 2월 과징금외 납부기한을 지연에 따른 가산금까지 물었다. 그러나 LG는 지난 1월30일 20개 계열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또 지난 98년 발표된 1차 조사 결과에 불복, 현대와 삼성등이 제기한 행정소송도 조만간 법원의 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판정 및 해당기업의 소송제기에 기준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부당내부거래 판정을 둘러싼 공정위와 재계의 마찰은 ▦부당한 지원인지 여부 ▦부당지원 금액산정에 대한 적정성여부로 압축된다. 특히 재벌과 공기업은 지원금액 산정에 대해 공정위가 지나치게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량기업인 A사가 부실 자회사인 B사에 대해 인건비를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하다 공정위에 적발됐다고 치자. 공정위는 시장가격과 실제 산정한 인건비차액을 부당지원금액으로 간주하고 이를 일정비율로 곱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경우 A사가 지급한 인건비의 적정성 여부를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시비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시장가격의 기준은 무엇이며, 시장가격 이상을 지급했다고 해서 모두 부당내부거래로 몰아붙일 수 있느냐는 것이 재계의 항변이다. 이와 관련 최근 공정위가 군납 유류담합으로 적발된 정유회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일부를 깎아줘 과징금 산정이 고무줄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또 계열사 발행 기업어음(CP)이나 전환사채의 고가 매입등 금융관련 부당내부거래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수의계약을 통한 높은 공사비 지급은 공기업 부당내부거래의 단골 메뉴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의계약을 통한 공기업의 내부거래는 핵심역량을 위축시킬뿐만 아니라 경쟁원리에도 위배된다"면서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판례가 축적될 경우 일단 소송부터 제기하고 보자는 풍조도 줄고 궁극적으로는 부당내부거래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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