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25일] 2%의 가능성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혜성처럼 나타나 ‘야망의 여인’ 힐러리 클린턴을 무릎 꿇게 만든 버락 오바마 민주당 의원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의 반대편에 서 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에 불공정한 협상”이라며 의회 비준을 반대했고 멕시코ㆍ캐나다 등과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전면 재협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3주 후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를 의식해서인지 오바마는 최근 자유무역에 대한 강경 태세를 한풀 꺾는 모습이다. 미 시사주간지 포천에 따르면 그는 전에 NAFTA를 “재앙” 혹은 “커다란 실수”라고 묘사한 데 대해 “정치인들이 유세를 하다 보면 표현의 과오를 범하기도 한다”며 “NAFTA의 일방적인 재협상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반대의 수위를 낮췄다. 그가 보호주의 선봉자에서 자유무역 옹호자로 선회한 이유는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위한 민심 포섭 전략이라는 게 전반적인 해석이다. 오바마가 표심 확보를 위해 정치적인 꼼수를 쓰건 승리를 위해 시장론자인 전문가를 자신의 대선 캠프로 영입하건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단,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가능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의 무역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지, 거기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지 하는 것이다.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외국 대통령 후보의 경제정책을 미리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MB) 정부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에 당장 다음해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것이고 MB정부는 남은 임기를 그 대통령과 함께하게 된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미국은 우리나라의 핵심 교역국인 만큼 미 대선의 두 후보의 국가경제 운용 스타일과 이에 대한 외교적 협상방안을 미리부터 준비한다면 이번 쇠고기 파동 같이 졸속으로 사안을 처리하다 국민으로부터 수모를 겪는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가끔 사석에서 미 대선 얘기가 나올 때마다 느끼는 흥미로운 사실은 대화상대가 중년층일수록 존 매케인이 이기기를 바라고 동년배의 지인들은 “오바마가 되면 좋겠지만 매케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를 2~7%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상황은 여전히 박빙이다. 2%의 가능성이라도 열어두고 대비할 줄 아는 자세. 그것이 현 정부가 국민에게 내밀어야 할 첫 번째 소통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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