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시바 메모리부문 포기등 구조조정 본격화세계 D램 반도체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세계 6위의 D램 메이커인 일본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부문을 포기하면서 D램 업계에 구조조정의 태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적자생존'의 시대를 맞아 출혈경쟁을 이기지 못한 일본과 대만업체들은 속속 생산라인을 폐쇄하거나 사업포기를 검토하는등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05930]와 마이크론 등 메이저들 역시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속에서 자체 구조조정과 함께 장기전에 대비한 `실탄(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벼랑끝 승부를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 막오른 구조조정
도시바의 메모리사업 포기는 그간 충분히 예견된 `사건'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D램 값 폭락 장기화로 팔면 팔수록 적자인 상황이 빚어지면서 '2군(群)'으로 분류되는 일본과 대만업체들 사이에서 올해말까지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다.
도시바를 포함한 일본업체들은 당초부터 원가경쟁력이 크게 뒤졌던데다 ▲ D램 조기 수요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고 ▲ 98년 이후 메모리부문 투자가 부진했던 점 등으로 더이상의 출혈을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작년 8천500명의 감원을 단행했던 도시바는 이번 메모리사업 포기와 함께 2만명의 감원을 단행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작년말 D램부문 합작법인 `엘피다'를 설립한 히타치와 NEC 역시 대규모 감원은 물론 국내외 생산라인을 잇따라 폐쇄하고 있다. NEC는 스코틀랜드 공장을 폐쇄한데이어 중국 반도체투자를 동결했으며 히타치도 감산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쯔는 지난달 미국 오리건주 그래셤공장에서 감산을 단행한데 이어 1만6천여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불황속에서도 설비확장을 통한 증산계획을 밝히고 있는 대만업체들도 적자행진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로 다음달부터 업계가 공동으로 감산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으며 업계간 통합도 논의중인 것으로 현지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하이닉스[00660]반도체가 유진공장의 가동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 반도체시장 구도재편
도시바의 메모리사업 매각추진으로 업체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반도체시장에 커다란 `지형변화'가 예상된다.
도시바는 세계 D램 공급물량의 6.1%(작년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6위의 D램업체. 현재 도시바가 메모리사업 매각대상으로 인피니온과 삼성전자쪽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정황상 인피니온이 유력시되고 있다.
만약 세계 시장점유율 9.4%에 4위에 랭크된 인피니온이 인수할 경우 인피니온의 시장점유율은 15.5%로 올라갈 전망이다.
삼성전자(20.9%), 마이크론(18.7%), 하이닉스(17.1%) 등 `톱3'와는 아직까지 격차가 있지만 머지않아 2∼4위권 사이에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사 사업부문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마이크론.하이닉스의 경영악화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1∼2년 안으로 중.하위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자연도태와 그에따른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면서 4∼5개 강자(强者)들만이 생존하는 새로운 시장질서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은 300㎜ 웨이퍼 도입과 0.15미크론 이하의 회로선폭 극미세화와 함께 256메가 D램시장으로 진입을 서두르면서 후발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추세다.
업계전문가는 "재무구조가 튼튼한 메이저그룹은 그나마 신규투자를 통해 향후시장회복에 대비하고 있는 반면 중.하위업체는 완전히 탈진상태에 빠지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이닉스의 회생여부가 최대변수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또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지원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는 극복할것으로 전망되지만 D램경기가 조기회복되지 않고 충분한 신규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힘겨운 버티기가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