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칭찬은 건축사를 춤추게 한다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고풍스러운 옛날 건물뿐만 아니라 멋있는 현대 건축물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러한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동시에 이것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경제적으로도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이러한 매력을 가진 현대 건축물들의 입면 디자인과 공간의 구성을 살펴보면 무조건 최대한의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건축주가 건축사의 디자인 의도와 합리적인 판단을 존중해준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축사들이 저렇게 설계를 했다면 건축주의 반응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분명 아름다운 디자인을 지향한 결과물을 존중하지 않고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방향으로만 설계를 요구했을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건축주들은 그러한 이익에 둔감해서 건축사들의 디자인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일까. 그들에게는 건축물의 공간ㆍ예술적 가치가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경험이 있고 건출물을 계획하는 건축사에 대한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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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는 오랜 시간 아름다운 건물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축적한 설계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건축주는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건축사의 건물에 대한 경험과 복합적인 지식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건축주가 놓치기 쉬운 부분을 건축사는 보다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축주들은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건축 디자인에 과도하게 개입한다. 이는 마치 약국에 가서 약사 대신 자신이 스스로 약을 처방하는 경우나 환자가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자신의 치료법을 지시하는 것과 같다. 풍부한 식견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러한 전문가에게 자신의 깊지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을 강요하는 것은 위험하고 결국 후회스러운 결과를 낳기 쉽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건축사들은 건축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멋을 아는 공간 예술가다. 건축사의 디자인과 판단을 존중해주고 성원해줄 때 건축사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건축물을 창출해낸다. 칭찬은 건축사를 춤추게 하고 건축사는 한국의 건축 문화를 꽃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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