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원화 위상과 우리의 대응

정영식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2005년 들어 우리나라 원화의 위상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한 나라의 통화 수준이 그 나라의 경제적 위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는 참으로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국내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 측면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00원선이 붕괴됐다. 이는 지난 97년 11월14일의 986원 이후 약 7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원ㆍ100엔 환율도 마찬가지이다. 외환위기 이후 황금률로 여겨지던 1,000원선이 2005년 1월 말 붕괴됐다. 나아가 최근에는 100엔당 958원까지 급락했다. 문제는 원화의 강세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원화의 위상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서 고착화되거나 그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강세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구조적 문제인 쌍둥이 적자, 즉 달러화 약세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2004년 이후 6차례에 걸친 미국의 점진적 금리인상, 유럽ㆍ일본에 비해 미국의 상대적인 고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약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쌍둥이 적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의 투자대상 통화를 다변화할 계획이라는 발언을 해 달러화 가치가 전세계적으로 폭락한 사실도 달러화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이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2004년 한국ㆍ일본ㆍ중국ㆍ대만의 외환보유고 증가액은 4,565억달러이다. 이중 일반적으로 알려진 달러화 자산 비중인 80%에 맞게 미국 자산을 매입했을 경우 2004년 미국 경상수지 적자액 6,500억달러의 56%에 해당된다. 자본조달에 있어 미국의 아시아 의존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잘 보여주는 자료이다. 환율에 있어 더 심한 악재는 원ㆍ엔 환율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이다. 한국과 일본의 상위 50위 수출품목 중 중복 품목이 30개에 달하고 있다. 원ㆍ엔 환율의 추가 하락은 일본경제의 부진 때문이라기보다는 2003년 하반기 발생했던 원ㆍ엔 환율의 급등현상이 조정되는 과정에 있고 추가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함에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환경은 과거와 달리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강력한 시장개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은 견고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설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2월 우리나라 수출실적이 지난해 2월보다 7.2%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액 기준으로 10억8,000만달러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이다. 추가적인 원화 강세는 수출업체들이 이익을 줄이는 대신 수출물량을 확대하는 전략을 더 이상 실행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 대비 원화의 추가 강세는 세계 수출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수출은 환율보다 세계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달러화 약세로 세계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이제 큰 그림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때다. 환 위험 헤지만으로는 장기적인 원화 강세를 극복하기 힘들다. 원화 기준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화 기준으로 수출 증가세의 둔화도 머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도산,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으로 남는 땅과 인력을 새로운 성장산업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수출기업들도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로 산업구조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섬유 등 저부가가치 산업의 경우에도 고기능 상품 개발, 원천기술 확보 등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판매와 생산시설의 위치, 원료공급원 등을 다변화하고 자금조달 원천을 다변화하는 등 국제화도 피할 수 없다. 수출기업에 환율은 한마디로 악재다. 그렇다고 완전히 피해나갈 수도 없다. 이 파고를 경쟁력 제고라는 정면 승부를 통해 뛰어넘을 경우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솟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화 강세는 완전히 악재일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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