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뭄에 단비" 업체들 반색

정부, 4개업종 부채비율 탄력적용 반응정부와 여당이 3일 종합상사, 건설, 해운, 운송 등 4개 업종에 대해 부채비율 200%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키로 했다는 발표는 해당기업들에게는 '가뭄의 단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종의 특성을 무시한 부채비율의 일률적인 적용은 경직된 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돼 왔다. 해당기업들은 이번 조치를 크게 반기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이 규정에서 예외로 해달라는 건의서를 수없이 내놓은 종합상사, 건설, 해운업계는 앞으로 적기에 선택적 투자를 할 수 있고, 수익력을 확보에도 큰 도움을 받게될 것으로 보고있다. ◇종합상사 그동안 막혀있던 외상수출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대상을 이자보상배율이 1이 넘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 대우인터내셔널을 제외한 6개 종합상사들이 모두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종합상사들은 인수도조건(D/A) 외상수출로 수출환어음을 받으면 이를 은행에 할인 매각, 수출대금을 확보했으나 이 경우 은행 대출로 잡혀 수출액을 고스란히 부채로 안아야 했다. 더구나 대부분의 D/A 기한이 3~6개월에 달해 자금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최근 미국ㆍ일본 등 주요 해외시장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신규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종합상사들은 D/A 수출말고는 별다른 방법을 못찾고 있었다. 전체 수출의 20%에 달하는 D/A 거래는 부채비율 200% 적용으로 지속적으로 줄어왔으나 이번 조치로 종합상사들의 수출에 활로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규제로 수출에 애를 먹던 종합상사가 다시 수출전선의 첨병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며 "무역업계가 탄력적인 자금운용을 통해 수출확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해운회사들의 부채 가운데 80% 이상은 선박확보를 위한 장기부채. 따라서 부채로 경영타격을 받는 다른 산업과 양상이 다르다. 해운산업은 특성상 선박을 도입하면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1척의 가격이 1억달러를 넘는 선박이 많아 자기자본으로 건조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박을 팔 수 밖에 없다. 국내 해운업계는 지난 2년간 유상증자와 선박자산 매각, 신규 투자억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채비율을 지난해 328%로 낮추었다. 이 기간동안 매각한 선박이 100척에 이르고 있다. 이는 NYK, k-라인 등 세계적인 해운회사들의 부채비율(600%) 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강요로 부채비율은 낮아 졌지만 그동안 선박매각, 투자위축 등으로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정부의 조치로 선박발주 등 신규투자가 가능해져 중장기적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공업계 항공업계는 영업의 기반이 되는 항공기를 외국에서 사와야 하기 때문에 부채비율 규정에 묶여 운신의 폭이 좁았다. 대한항공이 지난해말 기준으로 부채비율 이 168%로 기준인 200% 보다 낮지만 정부의 일률적인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항공기를 대량으로 매각하고 캐피탈사 등으로부터 임차를 해야 했다. 이에 따라 비용부담이 늘어나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부채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항공기 매입 등 투자가 활성화되고 수익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경기가 좋으면 항공기 임차료도 높아져 수익 개선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제는 수익은 물론 시황에 따라 항공기 가격이 쌀 때 살 수 있는 선택적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시공능력 평가순위 10위권에 속하는 한 대형건설사의 자금담당 임원은 "정부가 부채비율 적용기준을 높여주더라도 금융권의 건설업종 기피 관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부채비율 적용 완화 조치로 혜택을 보는 업체들이 신용등급이 높은 일부 대그룹 계열사에 국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다른 업체들과의 격차만 벌려 결과적으로 업종 내부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의 회생을 위해서는 현행 업체 위주의 대출관행에서 벗어나 사업 자체를 보고 투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수종기자 정두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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