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전경련의 골프회동

남상조<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

바야흐로 골프계절이 왔다. 올해로 69회째를 맞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 마스터스골프대회가 지난주 말 미국 아틀란타의 오거스타내셔날골프장에서 막을 올렸다.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가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막판 대추격전을 벌여 12언더파로 크리스 디마르코와 공동선두를 이루더니 연장 첫 홀서 역전승을 거둠으로써 통산 네 번째 그린재킷을 입었다. 아마 이 세상에서 골프만큼 편견이 많은 운동이 없을 것이다. 골프 그 자체에 대한 찬반양론뿐만 아니라 골프를 하기 전과 시작하고 난 후의 골프에 대한 견해가 너무나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연 훼손을 성토하던 환경론자들도 일단 골프에 빠지고 나면 골프장 건설이 지력(地力) 증강이라고 변호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골프의 매력은 아름다운 초원의 경기장에서 인간의 정교한 기술이 가미되는 가운데 운명의 조화가 작용하는 의외성에 묘미가 있는 것 같다. 원래 골프는 골퍼가 신사라는 전제 하에서 만들어진 운동이므로 부단히 자신과의 갈등을 겪게 된다. 그래서 “18년 사귀는 것보다 18홀 골프를 같이 하면 상대방을 더 잘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플레이어의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골프의 단점은 그것이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라는 역설도 있다. 골프의 발상지 영국이 한때는 골프 열풍에 탐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왕명으로 골프 금지령을 내린 적도 있었다. 우리도 룸살롱과 함께 골프가 ‘고액 사교성 접대’라는 이름으로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주말 골퍼가 프로야구 관람객보다 많은 270만명이나 되고 지난해 골프장 입장객이 1,5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골프 산업이 커져버렸다. 게다가 골프 연습장, 골프 용품 등까지 합하면 골프 산업은 우리나라 레저 산업의 13%인 2조 3,000억원이며 고용 인력도 3만명이 넘는다. 이렇게 커진 골프 산업은 시장 원리에 맡겨야지 ‘하라 마라’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 쪽 주장이다. 마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달 초 춘천에서 2년 만에 기업 총수들의 골프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어차피 결재서류 더미 속에서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법이므로 최고경영자들이 모처럼 초원을 거닐며 심신도 단련하고 경제현안도 협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골프 게임에 들어가면 전략이야 모두 다르겠지만 반드시 공정한 규칙에 의해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것은 기업경영과 다를 바 없다. 아무튼 이번 골프 모임으로 기업 주변의 걸림돌들을 저 멀리 날려버리고 신록과 함께 우리 경제가 소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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