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7일] '땡처리'로 내모는 백화점 수수료

지난 24일 밤 서울 명동은 지금이 불황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명동 근처 백화점 주차장에서 나오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고 가게마다 사람들로 넘쳤다. 겉으로 보기에 명동은 이미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온 듯했다. 하지만 이런 외양과 달리 좀 더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불황의 그늘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옷 가게를 몇 집 건널 때마다 ‘폐업처분, 가게 정리’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한 지인의 말은 깊어가는 불황과 더불어 백화점 업계의 잘못된 구조를 느끼게 한다. 다름아닌 백화점 수수료다. 몇 개월 전 신사복 가격구조를 취재하기 위해 만났던 이 지인은 당시 명동주변 백화점의 신사복매장 점주였다. 그런데 지금은 명동의 대형건물 바깥 매대를 임시로 빌려 재고 신사복을 덤핑처리하고 있다. 그는 “본사는 폐업을 하고 남은 옷으로 몇 푼이라도 건져보려고 명동에 나왔다”면서 길 건너편 백화점들을 원망했다. 백화점의 횡포에 본사도 망하고 자신도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는 것이다. 백화점에 대한 그의 원망은 이렇다. 백화점들이 국내 패션ㆍ의류업체에는 매출의 30~40%에 달하는 높은 입점 수수료를 요구하는 데 반해 해외명품에는 7~10%의 생색 내기용 수수료만 받으면서 국내 업체를 해외명품 유치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장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구조로는 배겨낼 업체가 대기업말고는 별로 없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최근 백화점 입점 의류업체 중에 ‘눈물의 고별전’ 행사를 하는 업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는 물론 불황이 깊어지면서 소비자의 지갑이 닫힌 탓이다. 여기에 소비를 해도 수입 브랜드 쪽으로 몰리는 이상 소비패턴도 고별전의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명동에서 만난 지인의 말처럼 백화점의 높은 수수료 구조도 한 원인이 아닌지 한번 곱씹어볼 문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은 “빠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경제 하부구조의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백화점은 입점 수수료를 낮춰 중소 제조업체들의 숨통을 트여주고 제조업체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게 유통업계의 불황극복 방안이고 상생 방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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