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여건 악화로 지속땐 타격/동남아 통화위기 일 영향은

◎현지상품과 값경쟁 부담/엔화절하 시도설 나돌아/일부선 “가능성 없다”【뉴욕=김인영 특파원】 일본도 동남아 통화 위기의 영향권에 진입했는가. 14일 뉴욕 금융시장에서 동남아 통화 폭락사태가 일본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엔화에 대한 투매 현상이 빚어졌다. 이날 엔화는 한때 1달러당 1백18엔까지 떨어졌다가 1백17.85엔으로 폐장, 전날 폐장가 1백15.65 엔보다 2.20엔이나 폭락했다. 15일 동경시장에서도 엔화는 하오 3시 현재 1달러당 1백18.16엔을 기록, 전일보다 1.86엔 떨어졌다. 국제 외환 딜러들은 하반기들어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일본이 동남아 사태에 말려들어가면서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상당한 분야에서 동남아 상품과 가격경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엔화에 대한 평가 절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하반기들어 활황세를 유지, 미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반면, 일본 경제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적어 엔화 약세의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환딜러들은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의 외국인 투자자본 가운데 일본 자본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일본이 동남아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1천1백80억 달러에 이른다. 이중 태국에 3백75억 달러, 인도네시아에 2백20억 달러로, 이들 두나라에 집중돼 있다. 지난달 2일 태국 바트화 폭락에 이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폭락하자 국제 외환시장에서 일본이 엔화 평가절하를 시도할 것이라는 설이 신빙성을 얻어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동남아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동남아 경제권이 붕괴, 일본의 현지 투자 자본이 동반 몰락하는 것을 그냥두고 볼수 없는 입장이다. 미국이 지난 94년 멕시코 위기에 지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11일 국제통화기금(IMF)이 1백60억 달러를 동남아에 지원한다는 발표도 일본의 제의에 따른 것이고, 이중 25%를 일본이 분담키로 한 바 있다. 또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국제결제은행(BIS)을 통해 40억 달러의 단기 자금을 태국에 제공할 것을 제의해 놓고 있다. 동남아에서 발생한 금융 태풍이 일본 해역으로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기구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엔화가 동남아 통화와 같이 급격하게 절하될 가능성이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엔화에 대해 달러화가 고평가돼 있으므로 엔화 가치는 오히려 1 달러당 1백10엔 선으로 절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동남아 통화폭락의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외환투기꾼(헤지펀드)들도 동남아, 동유럽, 라틴아메리카 등 외환보유액이 적은 시장을 휘젓고 다니지만 거대한 일본 엔화를 꺾을 위력은 없다. 또 동남아에 투자한 일본 자본은 일본은행의 전체 대출금의 2.4%에 불과하므로 동남아 경제 붕괴가 일본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일본은 엄청난 규모의 미정부 채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엔화를 방어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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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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