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이 『북한의 원유를 파이프라인으로 국내에 공급받기로 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내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鄭명예회장의 사업계획이 성공을 거둔다면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우리나라가 단번에 산유국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에 매장되어 있는 원유가 경제성이 없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에 석유 매장됐을까= 정주영 명예회장은 지난달 31일 북한에서 돌아온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평양이 기름더미 위에 올라 앉아 있다. 북한 기름을 들여오기 위한 파이프라인 매설작업을 곧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윤규(金潤圭) 현대건설사장은 『북한이 조사한 바로는 매장량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가 유전개발을 정식제안하고 매장량 등을 다시 조사해 본 뒤 파이프라인 건설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석유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북한의 석유부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석유개발공사(유개공)는 『아직까지 북한에서 경제성 있는 규모의 석유가 발견됐다는 정보는 없으며 북한측에 자료를 요청해왔으나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유전개발사업=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북한에서는 지난해 남포에서 소량이지만 원유가 나왔고 원산 앞바다에서 호주회사가, 남포 앞바다에서 다른 호주회사와 스웨덴회사가 두 군데에서 각각 탐사 중이며 육지에서는 청천강 하류와 평남 안주에서 북한이 직접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원유 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영국의 모 회사와 한국의 모 회사 등 5개사가 남포 앞바다의 탐사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남포 앞바다에서 현재 진행 중인 두 군데의 시추작업 가운데 스웨덴 쪽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북측은 남포 앞바다 시추에 추가로 참여를 희망하는 외국 기업체 가운데 아직 어느 회사와도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측도 남포 앞바다 시추작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파이프라인 설치 가능할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해 북한측이 서방언론에 발표한 내용을 인용해 남포 앞바다에 50억~43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6월 남포 앞바다 서한만분지 406호 시추공에서 하루에 450배럴의 원유를 시험생산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림참조
유개공 관계자는 『하루 450배럴의 생산량은 우리나라 하루 소비가 200만배럴인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 정도 생산량을 반입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는 것은 돈낭비』라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측이 주장하는 가채매장량 430억배럴이 현대의 정밀탐사를 통해 사실로 입증된다해도 국내 1년 소비량의 절반수준이기 때문에 굳이 파이프라인을 설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유개공의 분석이다.【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