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격변기 맞은 신용카드 시장] 대기업진출로 무한경쟁 돌입

업계, 수수료인하등 '생존게임' 불붙어올 상반기에만 200조원에 육박하는 사용실적을 올린 신용카드시장이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달 21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한 것 외에 씨티은행의 외환카드 인수가 확실시 되고 있다. 또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두 은행의 카드부문이 통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한빛ㆍ평화ㆍ광주ㆍ경남 등 우리금융그룹의 통합 카드자회사 출범도 점쳐지고 있으며 조흥ㆍ하나 등 비씨계열 은행들도 자체 카드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신용카드 시장은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면서 ‘생존게임’의 팡파르가 울린 셈이다. ◇대기업 카드시장 진출 물꼬 지난 몇 년간 신용카드시장이 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리자 현대ㆍSKㆍ롯데 등 대기업들은 카드시장에 뛰어들고 싶어 안달을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내건 시장진입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이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카드사업 신규진입과 관련, 지속적인 법 개정을 통해 법률적인 제약을 완화하는 한편 기존 카드사들이 쌓아 놓은 진입장벽까지 감독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대기업의 시장진출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한편 카드사업에 대단한 애착을 보였던 현대캐피탈은 최근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함으로써 숙원사업을 이뤘다. 현대는 이번 인수를 위해 낙찰가인 1,695억5,991만원에 현대생명 부실책임에 따른 분담금 750억원 등 총 2,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 정도의 거금을 들여가면서까지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의미다. 다이너스카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롯데와 SK는 향후 각각 할부금융사와 증권ㆍ보험사를 통해 신규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 카드사업 진출의미 현대가 부실금융기관 분담금을 부담하겠다는 확약서까지 쓰며 카드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은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주력사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현대캐피탈이 자동차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카드사업을 하게 되면 자동차카드 발급 등으로 차 판매확대와 회원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현재 거의 모든 카드사들은 현대자동차와 제휴, 자동차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이 카드를 사용하면 사용액의 일정부분을 포인트로 적립, 현대차를 구입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가 기존 카드사와의 제휴를 모두 끊고 서비스를 강화해 자체적으로 자동차카드를 발급하게 되면 경쟁사들의 회원을 끌어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 판매도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또 현대가 운영하고 있는 오일뱅크의 주유서비스와 결합하면 자동차에 관한 한 토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카드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이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의 배경 외에도 풍부한 회원정보(DB)와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캐피탈의 자동차할부 고객수는 97만명. 대출전용 카드인 드림론카드의 회원수(63만명)까지 합하면 현대캐피탈이 확보한 금융고객수는 160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250만명에 이르는 현대백화점 카드 고객의 정보까지 확보할 경우 현대캐피탈의 카드 영업은 날개를 달 수 있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올 상반기 315억5,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인 460억3,000만원의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인프라 구축 등 카드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쏟아 부어야 할 자금이 앞으로도 얼마가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현대캐피탈로서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국민ㆍ외환카드도 변수 국민카드와 주택은행 카드사업부문의 통합은 카드 시장의 가장 큰 변수다. 현재 국민카드의 회원수는 948만명. 여기에 주택은행 카드회원 350만명을 더하면 당장 삼성카드의 회원수 1,380만명에 육박한다. 이렇게 되면 카드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로 들어서게 된다. 또 조만간 타결될 것이 확실시 되는 씨티은행의 외환카드 인수도 초미의 관심사다. 외환은행은 씨티은행과 7,000억원대에서 외환카드 매각협상을 진행중인데 매각이 성사되면 외국계 전업카드사의 등장에 따른 카드업계 마케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씨티은행은 국내의 할부제도와 차이가 있는 리볼빙카드시스템을 유지해오고 있어 그동안 국내 카드사간 벌어졌던 무이자할부 등 출혈경쟁에 제동을 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 부산한 움직임 은행들의 카드사업부문 강화 추세도 시장의 큰 관심사다. 신용카드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비씨카드의 획일적 마케팅과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전문 카드사와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처음으로 독자카드를 내놓은 한빛은행은 지금까지 55만명의 신규회원을 모집해 전체 회원수가 320만명으로 늘었다. 상반기 카드사업부문 이익도 3,200억원에 달해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빛은행의 성공에 힘입어 제일, 주택, 기업은행도 각각 독자카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카드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조흥은행과 하나은행은 카드사업 강화를 위해 물밑에서 해외 전문 카드사를 국내에 끌어들이는 외자 유치를 추진중이다.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이와 관련, 해외 카드사업 파트너에게 경영권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신용카드시장 판도 어떻게 되나 현재 신용카드 시장은 삼성ㆍLG 등 전문계 카드사들과 비씨ㆍ국민ㆍ외환카드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현대가 가세하고 은행들이 자체 카드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카드시장은 그야말로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게 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의 카드시장 진출로 일어날 가장 큰 변화는 수수료 인하라고 전망한다. 시장진출 초기에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우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데 그 방법으로는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가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내 놓을 전략은 아마도 현금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인하"라며 "이렇게 되면 타 카드사들도 따라갈 수 밖에 없어 카드시장은 낮은 수수료로 경쟁하는 체제로 가는 것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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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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