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선부론] 中 부자도 떠돌이도 1억명

던컨 휴잇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br>BBC 특파원 20년간 체류하며 대변혁 관찰<br>덩샤오핑 주창한 '先富' 넘칠수록 '그늘'도 짙어<br>"中빈곤·환경오염 등 해결해야 미래 열수 있다"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과 전국 주요도시에 대규모 학생시위가 발생한다. 1966년부터 10여년간 벌어졌던 문화혁명이 끝난 후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이 ‘개혁과 개방’의 시대를 선포하고 경제 일부분의 규제를 완화하면서 시작된 중국인들의 부와 자유를 향한 열망이 공산당의 압박과 통제에 정면충돌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강경 시위 진압으로 1,000여명의 학생이 죽은 톈안먼 사태로 인해 중국 내외부에서는 그동안 진행해 온 정부주도의 개방ㆍ개혁정책이 멈추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곳곳에서 들렸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 1980년대 초, 덩샤오핑이 “전국 모든 지역, 모든 국민들이 한꺼번에 다 부자가 될 수는 없으니 국민들 일부, 그리고 국가 일부 지역만이라도 먼저 부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이른바 선부론(先富論)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은 더욱 세게 불었다. 톈안먼 사태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변화는 단순히 빌딩숲으로 변한 도시의 외관에 그치지 않고 일상 생활의 사소한 부분에서도 거센 흐름이다. 1987년 BBC의 중국 특파원으로 2002년까지 활동했던 저자는 20여년간 경험했던 중국의 변혁을 다큐멘터리 연작처럼 풀어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라는 단편적인 관찰이 아니라, 20여년간 중국의 한 구성인으로서 체험한 사회 곳곳의 변화를 읽어냈다. 중국 현대화의 물결은 거대한 마천루로 뒤덮인 도시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하루아침에 마을 전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층 건물과 아파트단지, 쇼핑센터, 골프장 등이 들어설 정도로 그 속도는 빨랐다. 변화는 중국인들의 삶을 통째로 바꿔놨다. 여관ㆍ호텔 등 숙박시설에 투숙하기위해서는 당 간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남녀 대학생들이 손을 잡고 다니면 경범죄에 걸렸던 과거와 달리 이제 길거리에서 거침없이 애정행각을 벌일 수도 있으며, 대도시에는 젊은 세대들의 동거문화가 아무런 거리낌없이 받아들여질 정도 자유로워졌다. 저자는 이를 ‘조용한 성(性)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사회적 곳곳에 문제가 심각하게 쌓여가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고급 수입 자동차와 유럽식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부자가 1억 여명에 이를 만큼 성장한 반면,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한 달에 40달러 정도를 벌며 떠돌아다니는 사람들도 1억 여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또 급격한 성장으로 도시의 공해가 주변 국가에 피해를 끼칠 만큼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다. 저자는 개방개혁에 의한 눈부신 성장발전은 물론 빈부격차, 환경공해, 세대간의 심각한 갈등 등 현재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다양한 데이터와 인터뷰 등을 곁들여 소개한다. 저자는 이제 중국 정부가 지나간 20년을 뒤돌아봐야 한다고 결론적으로 말한다. “당 간부에 의해 인생이 좌우됐던 과거와 달리 중국은 이제 주택을 소유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할 정도로 국민의식도 바뀌고 있다. 응석받이 철부지로 여겨왔던 젊은 세대가 사회 각 분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그리고 중국 당국이 국민의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가에 중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