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가 콘텐츠 유통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잃어버렸던 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정체 상태에 직면한 통신 중심의 사업구조에 변화를 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이통업계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폐쇄적인 시장환경을 활용해 상당한 콘텐츠 수익을 얻었지만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밀려든 개방형 생태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콘텐츠 시장을 내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자회사 미디어로그(구 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를 통해 그동안 기반이 약했던 미디어ㆍ콘텐츠 유통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터넷포털서비스 천리안 운영과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IPTV)용 콘텐츠 소싱ㆍ가공ㆍ편성ㆍ개발 사업 등을 앞으로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디어로그는 이달 중에 PC기반의 주문형비디오(VOD) 전문 포털인 무비팟(www.moviepot.co.kr)과 온라인 클래식음악 교육서비스인 클래식팟(www.classicpot.co.kr)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콘텐츠 판권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해 영화ㆍ게임 등에 직접 투자하고 스마트TV 등 전략미디어를 통한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통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T스토어ㆍT맵ㆍ호핀 등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보유한 SK플래닛을 분사해 보다 빠르고 창의적으로 콘텐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SK플래닛은 지난해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비키'에 투자했으며, 올해 4월에는 모바일 메신저인 '틱톡'도 인수했다.
SK플래닛의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음원 서비스 '멜론'을,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ㆍ네이트온ㆍ네이트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SK플래닛은 출범 때부터 다양한 서비스로 글로벌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플랫폼 등을 꾸준히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아예 지난 3월 '글로벌 미디어유통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자사의 음악 서비스인 '지니'와 N스크린 서비스 '올레TV 나우', 콘텐츠 장터 '올레마켓'뿐만 아니라 자회사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KT의 미디어ㆍ콘텐츠 자회사로는 위성방송 서비스 업체인 KT스카이라이프, 동영상 서비스 자회사로 지난해 설립된 '유스트림 코리아', 영화 콘텐츠를 담당하는 '싸이더스FNH', 포털업체 KTH 등 다양하다.
이통업계가 이처럼 미디어ㆍ콘텐츠 유통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만으로는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의 무선통신 서비스부문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유선 분야 역시 수년간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입자가 증가하는데도 가입자당매출(ARPU)이 줄어드는 추세도 고착화될 조짐이다.
KT 관계자는 "통신 분야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통신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분야로 콘텐츠ㆍ미디어 유통에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