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지역경제와 취약계층 고용에 큰 효과가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가 SOC 예산을 내년에 8,000억원 증액하기로 한 배경에 대한 기획재정부 예산실의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줄곧 SOC 예산을 졸라매왔다. 하지만 이제는 토목건설사업을 더 늘려 단기적으로나마 일자리를 늘리는 고육책을 피는 것 말고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 없음을 자인한 모양새가 됐다.
정부는 경기보완 효과가 크고 체감도가 높은 SOCㆍ중소중견기업ㆍ서비스업ㆍ지역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내년 재정지출 범위를 선택ㆍ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늘어난 SOC투자액 중 상당액을 ▦교통혼잡구간 조기완공(7,000억원) ▦KTX(경부·호남 등), 원주~강릉 복선전철 등 국가기간망(7,000억원) 등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다.
물론 명목상의 금액만 본다면 이 같은 증액 규모도 크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재정부는 지난 8월 국토해양부에 통보했던 내년도 예산안 지출한도(19조9,000억)와 비교하면 4조원 늘어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당초 세출구조조정 차원에서 SOC 분야 예산을 축소하려 했지만 최근 악화된 경기 여건을 고려해 궤도를 수정했다는 것이다.
민간 부문의 자생적인 경기회복 동력이 약한 만큼 보완책도 마련됐다. 영세 중소기업 세무조사 부담 완화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정기 세무조사 대상 선정 제외범위를 현행 연간 수입액 10억원 이하에서 100억원 이하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수혜기업 수가 26만개에서 41만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경기둔화와 재해 등으로 경영사정이 악화된 중소기업 납세자의 회생도 돕는다. 분납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체납자에 대해서는 체납 정보 제공을 최대 1년까지 연기하고 압류 및 공매유예 확대 등 세정지원도 강화한다. 태풍 볼라벤ㆍ산바 등 피해지역의 납세자는 세무서장 직권으로 납세유예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수출중소기업의 자금여건 개선을 위해 추석 전(9월28일)까지 한시 운영되는 관세환급 선(先)지급-후(後)심사제를 연말까지 연장운영하고 유턴기업 유치를 위해 수입화물에 대한 검사비율도 축소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지원도 내년에 더욱 늘어난다. 정부가 올해 8월까지 정책금융공사·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9개 기관의 정책자금 실적을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총 116조2,000억원(당초 계획 대비 68.3%)이 집행됐다. 정부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지원목표 54조원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내년에는 지금보다 10조3,000억원 이상 늘릴 계획이다.
우선 정책금융공사·산은·기업은행을 통해 26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자금을 지원한다. 신성장 산업 육성과 유망서비스 중소기업 등에 대한 특례보증 제도를 신설해 총 4조원의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또 신용보증기금의 매출채권보험 공급규모도 올해보다 3조원 늘린 10조원을 투입해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을 사전에 방지할 방침이다. 이 밖에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담보가 취약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지식재산 담보부 대출' 방식을 도입한다. 중소기업은 특허 등을 담보로 신용대출보다 최대 0.35%포인트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