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100년 기업을 기다리며

‘인정과 의리.’ 웬만한 집안의 가훈으로 걸려 있을 법한 친근한 문구이지만 코오롱은 일찍부터 이를 그룹의 좌우명으로 삼아왔다. 항상 수익과 치밀한 전략ㆍ전술이 필요한 기업에서 이 같은 문구를 경영지침으로 삼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반면 코오롱이 얼마나 인화를 중시하고 사람을 중요한 경영의 목표로 보는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화를 중시하는 조직이지만 한때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난 2004년 노조파업으로 인해 1,515억원의 손실을 입으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 상황에 내몰리는 바람에 채권단으로부터 분기별 경영진단을 받는 수모까지 감내했다. 그런 코오롱그룹이 요즘 대대적인 변화에 나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인정과 의리 대신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과거의 안일한 조직문화에 대한 수술도 단행하는 등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오롱만 해도 2004년의 대규모 적자수렁에서 벗어나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연말에는 그룹 매출이 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 같은 놀라운 변신에 대해 이웅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몸을 잔뜩 낮추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 항상 눈을 쳐다본다”며 “마음이 통해야 같이 일도 하고 즐거움도 같이 나눌 수 있다”고 나름의 경영철학을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에만 모두 49차례의 현장경영 활동을 펼치며 항상 임직원들과 어우러져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회장이 “직원들의 자녀 이름까지 일일이 기억하다 보니 직원들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직원들도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이 같은 평소 활동 덕택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하는 리더십 대신 직원들과 같이 호흡하고 부대끼면서 발하는 리더십이 조직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코오롱그룹이 12일로 창사 50주년을 맞는다. 50년을 넘어선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구미공장에서 노조위원장과 최고경영진의 행진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모쪼록 한국에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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