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빅팟 작가' 장 피에르 레이노 개인전

"이름마으로도 떠오르는 유명화가의 이미지 형상화"


거장은 이름만으로도 권위를 가지며, 그 이름은 작품의 형상과 이미지를 내포하고 때론 압도하기도 한다. 큰 화분이란 뜻의 ‘빅 팟’(Big Pot)이 보통명사를 넘어 프랑스 작가 장 피에르 레이노(69)의 예술작품으로 먼저 떠오르는 것처럼. 정원사였던 부친이 나무를 심는 것을 보며 자란 레이노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30년간 나무 대신 ‘존재감을 담은 화분’을 심어오고 있다. 우리에게 하나은행 광고로 친숙한 바로 그 ‘빅 팟’이다. 그의 개인전이 한창인 소격동 학고재 옥상에는 ‘백의민족’ 한국인을 위해 만들어진 3억원짜리 ‘백색 화분’(200ⅹ216cm)이 설치돼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신작 ‘단어시리즈’가 선보였다. 간판처럼 커다랗게 쓴 ‘ART’라는 단어와 피카소ㆍ모네ㆍ반 고흐의 이름. 관람객은 어리둥절할 노릇이다. “이름만으로 작가의 성격이나 예술과의 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킨다”라는 레이노는 ‘예술’이나 ‘화가의 이름’이 스스로 갖는 힘과 그로써 연상되는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술가의 이름만으로, 관람객은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특정한 이미지를 품고 있기에 ‘피카소’라는 이름에서 ‘아비뇽의 여인들’이 떠오르고 ‘모네’에 ‘수련’이, ‘반 고흐’에 ‘해바라기’가 연상되는 식이다. 레이노는 단순함으로 예술의 본질에 다가서고 감상자의 ‘지각(知覺)의 습관’에 문제를 제기한다. 레이노는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 단언하는, 철저한 개념미술가다. 그는 1969년 파리에 손수 지어 1993년까지 혼자 살았던 집을 직접 파괴함으로써 예술을 몸소 보여줬다. 해체과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됐고 그 잔해는 수천개의 그릇에 담겨 보르도 현대미술관에 전시됐다. 1998년부터는 국기시리즈를 제작해, 2005년 평양에서 인공기를 들고 찍은 사진이 국내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15일까지 ‘레이노의 집’ 해체과정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26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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