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투자 차질·경영 공백 불가피

■ 盧대통령 '삼성 특검' 수용<br>연말 정기 인사도 방침조차 못정해 파행 예상<br>내부선 "檢수사도 못마땅한데…" 불만 고조<br>재계 "신인도 하락·글로벌기업 위상 흔들릴수도"


삼성 투자 차질·경영 공백 불가피 ■ 盧대통령 '삼성 특검' 수용연말 정기 인사도 방침조차 못정해 파행 예상내부선 "檢수사도 못마땅한데…" 불만 고조재계 "신인도 하락·글로벌기업 위상 흔들릴수도" 이규진 기자 sky@sed.co.kr 관련기사 • 삼성전자 "비자금 논란 진실밝혀질 것" • 김용철 변호사 검찰출석… 삼성수사 본격화 • 특검 절차 어떻게 • 삼성 임직원 반응 • '특검 수용' 배경 • 삼성, 激浪속으로… • '삼성비자금' 계좌 추적 • 미술계 '삼성 비자금' 불똥 우려 • '삼성 구매 논란 미술품' 지금은 얼마일까?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당분간 실종됐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특검 수사에 직면한 삼성그룹의 현재 상황이다. 2008년을 한달가량 남겨놓은 중요한 시점에서 삼성그룹은 내년 경영계획을 마무리하기는커녕 투자계획과 연말 정기인사에 대한 방침조차 정하지 못하는 경영공백 상태가 깊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이 이건희 회장 등을 출국금지조치, 수사의 칼끝을 그룹 수뇌부에 정조준하자 삼성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매우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당장 압수수색을 들어온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지금 삼성 임직원들은 아노미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까지 하겠다는 데 대해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계열사들의 분식회계 규모가 매출액을 넘는다는 주장이 말이 되느냐"며 "허위ㆍ왜곡 주장 때문에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글로벌 경영이 흔들린다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룹 전략ㆍ관리 공백 우려=이번 사태를 맞아 여러 차례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가졌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은 27일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수용 소식이 전해지자 오히려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검찰의 특본 수사가 시작된 마당에 특검 수사가 새로울 게 없다는 것.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은 표면적으로는 "검찰 수사 등으로 경영에 차질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윤순봉 부사장은 "비상경영체제가 아니다"며 "하던 대로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 등 그룹 핵심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특검 수사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그룹 전략기획실이 평온하게 경영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실제로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은 연일 늦은 밤까지 대책 마련과 함께 수사 대응 작업을 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한 상황이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전략기획실의 결재가 늦어 투자집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불만도 토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그룹 수뇌부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마당에 전략기획실이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 수립과 계열사 관리ㆍ점검과 같은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뇌와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전략기획실의 역량이 검찰 수사 대응에 집중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투자ㆍ인사ㆍ관리ㆍ감사와 같은 경영기능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새해 인사 파행 예상=무엇보다 삼성그룹은 당장 내년 정기인사를 예정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점에서 삼성그룹에는 심각한 타격이다. 당초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취임 20주년(12월1일)을 맞아 올 연말 인사를 신경영에 이은 창조경영 전략을 대대적으로 실천해나가는 전기로 삼을 계획이었다. 또 올해 추진했던 경쟁력 강화방안을 더욱 내실 있게 체계화시킬 목적으로 정기인사를 연내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 충격적인 폭로가 잇따르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삼성그룹으로서는 과감하고 강도 높은 인사를 하기가 어렵게 됐다. 당장 사태를 수습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기존 전열을 뒤흔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원래 구상했던 경영전략을 구사하기 힘들게 돼 답답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계열사 관계자는 "일부 실적이 나쁜 계열사 사장들의 경우 교체가 점쳐졌지만 폭로 사건이 터진 뒤 그대로 갈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엄청난 외환이 닥쳤는데 내부를 크게 흔들기는 쉽지 않다는 예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투자 차질 불가피=삼성그룹에 인사 파행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년을 포함한 중장기 투자의 차질이다. 이는 단지 삼성그룹 차원을 넘어 한국 경제에도 주름살을 드리울 수 있는 악재다. 각 계열사별로 중장기 전략과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확정하지만 신수종사업 등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의 경우 그룹 전략기획실이 최종적으로 검토, 이 회장이 결재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룹 전략기획실의 우선 순위가 그룹 존립을 뒤흔들 검찰 수사에 적극 대응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투자 검토는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M&A를 추진해온 일부 계열사의 경우 성사단계에 이르렀으나 더이상 진척이 이뤄지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투자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전략기획실이 평시가 아닌 전시상황을 맞아 내년을 포함해 중장기 투자전략을 제대로 살펴보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올해 총 투자 규모는 22조6,000억원으로 국내 600대 기업 투자 총액인 80조원 중 25%를 넘는다. 내년에는 25조원 내외의 투자가 예정됐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해진 셈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국내 총 설비투자에서 4분의1을 차지할 정도의 '큰 손'이란 점을 감안할 때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무시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그룹이 거센 외풍을 맞아 투자실기라도 하게 되면 이번 사태로 생긴 국제 신인도 하락과 더불어 글로벌 기업의 위상마저 함께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 입력시간 : 2007/11/27 18:39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