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美·日경기와 한국경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교역상대국이자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미국과 일본의 경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역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기록하던 미국 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더니 올해에는 급기야 주식시장 폭락이라는 사태까지 발생하여 전세계 투자가들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역시 역사상 유례 없는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올해에도 계속돼 금융기관에 부실채권이 누적되고 소비 및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순환의 패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경제에도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가 이미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97년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정이 아직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 맞물려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안심리가 상당히 확산되고 있다. 실물경제여건이 나쁘지 않았던 상황에서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로서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과 같은 심리상태가 분명히 남아 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각종 통계나 국제기관의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를 분석해 볼 때 사실상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비관적인 심리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근거 없는 낙관론만큼이나 근거 없는 비관론도 위험하다. 경제현상의 상당부분이 경제주체들의 심리상태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되므로 비관적인 전망은 별도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비관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비판적인 견해에도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구조조정이 미흡한 부분을 촉진한다거나, 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거나 하는 노력은 끊임 없이 계속돼야 한다. 상시구조조정체제를 갖추는 길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앞날을 밝게 만들고 세계 경제의 순환적 패턴으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근거 없는 비관론을 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면 전세계의 투자가는 더욱더 우리 경제에 대해 비관적 견해를 갖게 마련이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도외시해서는 안되겠지만 단숨에 모든 구조조정이 이룩될 수는 없는 법이므로 보다 중장기적인 경제의 체질개선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나가야 한다. 구조조정이란 끊임 없이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또 경제여건변화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구조조정이 미흡해 우리 경제가 빈사 상태에 빠져 있고 구조조정만 완성하면 우리 경제의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다는 식의 생각은 지나치게 순진하고 단순한 발상이다. 경제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여 구조조정의 고통을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구조조정의 완급을 조정해나가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는 것이 시장논리에 맞는 처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실업문제나 관련기업들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에 과다한 충격이 가해질 때의 어려움도 구조조정의 미흡이라는 어려움만큼이나 경제운용에 있어 고려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해나가는 정부부처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결국 추진속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지나치게 빠른 구조조정을 기대하고 구조조정속도가 느리다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우리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만 보는 시각은 상황을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상시구조조정체제를 추진해나가고 우리 경제의 주체들은 그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라는 현상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나 일본에 진출한 기업의 경우 과거에 비해 보다 방어적인 경영이 필요할 수도 있고 대미ㆍ대일 수출업체가 환위험을 줄이기 위한 계약조건을 구상 추진할 수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경제의 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세계적인 경기순환은 항상 있는 현상이고 이러한 경기순환에 따라 우리 경제가 호황이 되기도 하고 불황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 경제의 발전에 더욱 중요한 요소는 우리 경제 자체의 견실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경쟁력을 꾸준히 제고시켜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금융부문의 부실채권을 지속적으로 정리해나가야 하며 기업의 수익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조정을 성급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초조감으로 인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노재봉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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