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업체들 "달러 처분하고 보자"

■ 원·달러 환율 1,200원 붕괴美 회계개혁등 신뢰회복 못하면 약달러 지속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기본적으로 달러 약세기조가 계속 이어지는데다 우리 외환시장 내부에서 달러 공급이 수요에 비해 우세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제 외환시장의 기조가 취약한 탓에 환율은 주요 외환당국자들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8일 외환시장에서 원화 및 엔화환율이 큰 폭으로 내린 것은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장관 발언의 영향이 컸다. 시오카와 장관은 지난 6일 "엔ㆍ달러 환율이 115엔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오카와 장관의 발언은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 용인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엔ㆍ달러 및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더욱이 우리 외환시장 내부적으로도 달러 수요보다는 공급이 우세해 원ㆍ달러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강세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출업체들은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가능하면 빨리 처분하려는 반면 달러 결제자금은 최대한 지급을 늦추려고 애써 하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주 말부터는 외국인들의 주식매수자금까지 가세해 달러 공급이 수요를 계속 웃돌고 있다. ▶ 미국기업의 회계부정 스캔들도 달러 약세 부추겨 최근의 달러 약세기조는 미국경제의 불안에서 비롯됐다.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가운데 기업의 잇단 부실회계에 대한 불신으로 미국 금융시장으로부터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달러화는 내리 약세국면을 치닫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외환당국이 공동 개입에 나선다 해도 약효를 거두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된다. 신승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회계시스템 정비 등을 통해 다시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한 선진국들의 공조를 통한 시장개입도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부요인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시장개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기본적으로 엔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원화환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외환당국의 개입도 하락속도를 조절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 미ㆍ일ㆍ유럽 등이 공조 안하면 더 떨어질 수도 지난 6월 말부터 엔ㆍ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자 원ㆍ달러 환율도 달러당 1,200원선을 지지선으로 삼아 소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이처럼 엔ㆍ달러 환율이 최근 일주일간 안정을 보인 것은 일본 중앙은행이 유럽 중앙은행(ECB) 등에 개입을 의뢰하면서 미국ㆍ일본ㆍ유럽 외환당국이 달러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조만간 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ECB 등 주요 외환당국자의 발언은 이런 공동 개입에 대한 기대감을 무산시키고 있다. 최근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달러화가 급락할 경우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빔 뒤젠베르크 ECB 총재는 "중앙은행간의 협력은 중요하나 세계적인 통화정책 조정 움직임에는 반대한다"며 공조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여기에 시오카와 재무장관마저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발언에 가세했다. 시오카와 장관은 6일 코펜하겐에서 열린 아셈 재무장관회의에서 "엔ㆍ달러 환율이 115엔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그 수준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을 시장에서는 일본이 달러당 115엔선까지는 시장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결국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주요국이 공동 개입에 나서지 않는 한 최근의 달러 약세에서 비롯된 환율 불안정은 해소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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