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지음, 기사 속에 담긴 현대 50년 역사"신문은 잘 정리된 단행본보다 더 매혹적인 역사책이다."
이승호(농수산TV 홍보실장)씨의 '옛날 신문을 읽었다'에는 옛날 신문 중에서 시대의 코드가 될 만한 흥미로운 기사들이 담겨 있다.
강제로 키스를 당하고 자살한 처녀에 관한 상자기사, 너무 추워 남의 점퍼를 빼앗아 입었다가 파출소에 잡혀온 이농집안 출신의 초등학교 5학년생에 관한 1단짜리 기사, 그리고 톱을 장식한 어느 유명 정치인의 장황하리만큼 화려한 신년맞이 기사..
또한 저자는 '쫀듸기'로 대표되는 불량식품 이야기와 대학가의 낙서문화, 장발족 문화, '양아치'라 불린 넝마주이의 생활사, 기생충 박멸사, 구멍가게 단속 풍경을 다룬 기사 속에서 '불량'을 억압했던 우리의 지난 '불량시대'를 간파하고 있다.
옛 신문에 비친 패션스타일의 변천사를 살피는 것도 이채롭다. 크리비지 룩(가슴 노출 의상)이 웬만한 여성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즐겨 입는 옷이 된 지금이지만 30여년 전만 해도 세상은 전혀 딴판이었다.
1960년대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아리랑 드레스'는 가슴이 약간 드러난다는 이유로 '순결과 정절의 적'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 속에서도 여성들은 '몸뻬'와 한복을 벗고 미니스커트와 양장을 입었으며, 크리비지 룩을 뛰어넘어 '노브라'까지 등장하고 있다. 옛 신문을 통해 보는 지난 50년의 시대상은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