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딜러 피말리는 24시] 점심때도 햄버거 물고 트레이딩

구길모 외환銀 외환운용팀 선임딜러 과장<BR>원·달러 환율 움직임 실시간 체크<BR>정보분석으로 잠시도 자리 못떠나<BR>환율급락에 일부물량 결국 손절매<BR>장마감후엔 해외 외환딜러와 승부<BR>12시께 퇴근해도 내일 전투 준비



[외환딜러 피말리는 24시] 점심때도 햄버거 물고 트레이딩 구길모 외환銀 외환운용팀 선임딜러 과장원·달러 환율 움직임 실시간 체크정보분석으로 잠시도 자리 못떠나환율급락에 일부물량 결국 손절매장마감후엔 해외 외환딜러와 승부12시께 퇴근해도 내일 전투 준비 • [외환딜러 피말리는 24시] 환테크 요령 “이틀 연속으로 자장면을 시켜 먹어 질렸습니다. 때론 점심에 햄버거를 먹기도 합니다. 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갈 때는 밥을 제대로 챙겨 먹기가 힘들죠. 저녁에 잠을 자다가도 해외 브로커로부터 연락이 오면 통화를 해야 합니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선임 딜러 구길모 과장(36)은 달러를 사고 파는 스폿 트레이딩(spot trading)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국내 딜러들의 모임인 포렉스(FOREX)가 주는 ‘올해의 딜러상’을 수상했다. 외환 딜링 업무에 참여한지 올해로 5년차. 본인의 책임 하에 본격적인 딜링에 나선지는 3년 만에 올린 성과였다. 요즘처럼 외환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장 분위기에서는 베테랑 외환딜러에겐 하루 해가 짧기만 하다. 오전 8시30분. 외환운용팀 전체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구 과장의 일과는 시작한다. 밤사이 거래가 이뤄진 뉴욕ㆍ런던 등 해외 외환시장에 대한 동향과 투자전략 등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진다. 회의에는 일본 금융시장 동향은 물론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 떠올랐다. 외환은행의 딜러는 모두 15명. 원ㆍ달러 딜링 팀은 치프(chief)로 불리는 수석팀장 밑에 선임딜러 3명, 주니어 딜러 2명 등 모두 6명이 한조로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전 9시.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딜링 룸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울리고 6개의 단말기를 쫓는 눈길은 바쁘게 움직인다. 딜러들은 로이터 통신의 금융정보,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를 수시로 점검하며 원ㆍ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체크 한다. 간간히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다른 은행 딜러와 정보를 교환한다.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 폭이 생각보다 가파르다. 단말기에서 한시도 눈길을 뗄 수가 없다. 기준으로 삼은 환율 목표 치에서 사고 팔기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과장은 전날(22일)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목표 환율치를 낮춰 잡았다. 그러나 생각한 것 보다 환율이 더 가파르게 떨어지자 결국 일부 물량에 대해서는 손절매(stop loss)에 나서야 했다. 구 과장은 “외환 딜러들한테 가장 중요한 제1원칙은 손절매 기준을 정해고 이를 철처히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과장의 설명처럼 전날 원ㆍ달러 환율은 당국의 시장 개입이 예상 보다 약하다는 인식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확산, 오후 장 들어 손절매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지며 시장의 급락을 부추겼다. 손절매 물량이 또 다른 손절매 물량을 불러오며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일선 딜러들의 입장에서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장 상황에 맞춰 손절매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 과장은 “외환 딜러들한테 가장 중요한 제1원칙은 손절매 기준을 정해고 이를 철처히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그는 다른 동료 들과 마찬가지로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으며 매매에 매달렸다. 그가 속한 팀이 하루에 규모는 10억 달러 선. 1회 거래에서 최소 100만 달러에서 평균 200만 달러의 딜(거래)이 이뤄지고 있음을 볼 때 500번 가량의 매매를 한 셈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4시까지 컴퓨터 모니터를 계속 지켜보며 수 억원이 왔다갔다하는 거래를 하다 보면 잠시 집중력도 떨어지고 피로가 몰려오기 마련이다. 그는 “하도 바빠서 졸지도 못했다”며 엄살을 떨었다. 이날도 매매 중간 중간에 수출업체와 언론 등으로부터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환율이 급등락 하면 수출업체의 문의 전화가 부쩍 많아진다”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안타깝게 느끼는 것은 중소 기업들이 정부의 시장 개입만 기다릴 뿐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방법(환 헤지)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 말리는 하루의 전투를 마치더라도 외환 딜러들의 일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본격적인 승부는 장 마감 이후 시작된다. 오후4시. 장은 마감하지만 여기서 일이 끝나지 않는다. 본격적인 승부는 장 마감 이후 시작된다. 유럽ㆍ뉴욕 외환시장이 곧 문을 열기 때문이다. 해외 외환시장에서도 매매를 해야 하는 날엔 새벽 늦게 까지 지구 반대편의 외환 딜러들과 승부를 벌여야 한다. 오후 4시30분. 하루의 업무를 평가하는 전체 회의가 다시 시작한다. 시장 분석 및 손익 계산을 마치고 내일의 전략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오후 6시. 공식적인 일과는 마쳤지만 그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 다음날 시장에 대한 전망과 나름대로의 대처 요령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그는 “몇시에 퇴근할 것인지는 마음먹기 달렸지만, 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밤 11~12시 이전에는 퇴근할수 없다”며 예전에는 밤을 꼬박 새며 거래를 해본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평소 주변 지인들로부터 낙천적이고 대범한 성격이라는 평가를 듣곤 한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고 적절한 상황에 배팅 할 수 있는 배짱은 외환딜러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는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좋아한다. 매매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담배를 끊은 것은 물론 평상시 운동으로 체력을 다지고 있다. 구과장은 스스로 자신의 일을 ‘노가다’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시장에서 승부하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딜러로 성장하는 것을 진정으로 즐기는 승부사의 자질이 느껴졌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입력시간 : 2005-02-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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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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