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신지애도 '쇼트 퍼트 공포'에 발목

신지애, 마지막 홀 1.5m 퍼트 놓쳐 1타 차 준우승


“정상급 프로 선수의 경우 1m 남짓한 퍼트의 성공 확률은 90% 정도에 이른다. 하지만 마지막 홀의 우승이 걸린 퍼트라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한국프로골프 최다승 기록 보유자이자 ‘퍼트의 달인’으로 꼽히는 최상호(55ㆍ카스코)는 중압감 속에서 하는 짧은 퍼트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했다. 레슨서의 고전인 ‘리틀 레드 북’을 쓴 하비 페닉도 일찍이 경고했다. “1m 남짓한 퍼트는 다른 어떤 스트로크보다 신경이 곤두서게 한다. 그것은 골퍼들의 숙명이다.” 지난 1970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더그 샌더스(미국)가 오랜 시간 고민하다 60㎝ 퍼팅을 실패해 우승을 놓친 것은 지금도 클러치 퍼트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례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퍼트는 축구의 승부차기나 농구경기 종료 직전 승패를 가르는 자유투에 비유되기도 한다. 강심장으로 이름난 ‘파이널 퀸’ 신지애(23ㆍ미래에셋)도 ‘쇼트 퍼트의 공포’에 발목이 잡혔다. 신지애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의 인더스트리힐스GC(파73ㆍ6,70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클래식 4라운드에서 산드라 갈(25ㆍ독일)과 접전 끝에 단 1타 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갈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했지만 이븐파 73타를 적어내면서 2타를 줄인 갈(최종합계 16언더파 276타)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팽팽하던 승부는 18번홀(파5) 그린에서 갈렸다. 신지애가 세번째 샷을 홀 1.5m에 잘 올리자 갈은 60cm에 바짝 붙이며 완벽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부담감이 염려됐으나 신지애의 경기력을 감안할 때 연장 승부가 확실시됐던 상황. 하지만 이날 퍼팅이 흔들렸던 신지애는 쉽사리 퍼트를 하지 못했다. 준비자세를 한번 풀었다가 다시 어드레스에 들어갔고 조금 강하게 친 볼은 홀 오른쪽 모서리를 맞고 홀 둘레를 한 바퀴 돈 뒤 흘러나왔다. 신지애의 LPGA 투어 통산 9번째이자 이번 시즌 한국군단의 첫 우승 기대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우승상금은 25만달러, 2위 상금은 15만8,182달러여서 신지애는 이 퍼트 실패로 약 1억원의 손해도 본 셈이다. 퍼트 수에서 26개로 신지애(33개)보다 앞선 갈은 독일 선수로는 2001년 아사히료쿠켄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 티나 피셔 이후 두번째로 LPGA 투어 챔피언이 됐다. 100위에 불과했던 세계랭킹도 급상승하게 됐다. 김인경(23ㆍ하나금융)이 공동 3위(11언더파), 최나연(24ㆍSK텔레콤)이 공동 5위(9언더파)에 올라 이번주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을 앞두고 신지애와 함께 좋은 샷 감각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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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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