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의 전치주의 채용하자/고동수 산업연 연구위원(기고)

바람직한 파산절차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법정파산제도에 의존하지 않고 당사자간의 계약으로 해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즉 채권·채무의 계약체결시 채무불이행의 경우에는 기업의 경영정상화와 청산 중에 어느 것을 택한다거나 청구권들에 대한 자산분배방식 등을 규정할 수 있다면 거래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계약의 불완전성 및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으므로 법정파산제도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법정파산제도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어야 할 것이며 가능한 한 비용부담이 적도록 단순하여야 할 것이다. ◇화의 분리주의와 화의 전치주의 화의제도란 파산적 청산을 예방하여 계속 기업으로 유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서 채무자는 파산선고를 면하고 채권자도 파산절차에 비하여 유리한 변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합의 내지 계약이다. 화의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통설은 계약설이다. 따라서 화의제도의 계약적 성격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화의를 활용하는 방안에는 화의분리주의와 화의전치주의가 있다. 화의분리주의란 파산절차와 화의절차가 분리되어 행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즉 파산법과 화의법이 별개의 법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채무자는 사전에 파산을 신청할 것인지, 화의를 신청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일본의 법을 특별한 여과없이 받아들인 우리나라의 파산법은 화의분리주의를 채용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영국과 프랑스 등이 채용하고 있는 화의전치주의란 채무자가 파산을 신청할 것인지, 화의를 신청할 것인지를 결정할 필요없이 우선적으로 화의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채권자와 채무자간에 화의가 성립되지 아니할 경우에만 파산선고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즉 화의전치주의의 채용은 지급불능이 예견되는 문제를 소송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간에 새로운 계약을 체결, 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위기의 예방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기경보체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화의전치주의 개념의 확대 기아사태의 해결 방안으로 화의가 좋은 지, 법정관리가 좋은 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재정상의 곤경에 처했을 경우, 그 당시로서는 청산이나 기업의 경영정상화 중에서 어느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또한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목적으로 할 때에도 화의 혹은 법정관리 중에서 어느 것이 최적의 결정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가지를 선택하여야 한다면 채권자나 채무자는 당연히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기아의 경우도 채무자는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화의가, 채권자는 제3자에게 인수시켜서 채무의 변제를 앞당길 수 있는 법정관리가 좋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자신의 입장에서 좋은 것이지, 기아를 정상화시키는데 있어서 어느 것이 최적의 방안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특히 법정관리개시 결정을 받은 기업의 회생률이 약 28%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화의전치주의가 갖고 있는 장점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즉 법정 파산관련 절차를 밟기 위하여는 우선적으로 화의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화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에만 파산절차로 넘어가거나 혹은 법정관리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이다. 마침 정부는 파산과 관련된 법의 개정 및 통합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최근들어 기존 경영진에 의한 계속경영을 허용하고 있는 화의제도가 널리 알려졌음을 감안할 때 향후 대부분의 부실기업은 화의절차를 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화의전치주의를 채용함으로써 계약당사자가 서로의 주장을 조금씩 양보하여 모두에게 유익한 합의 내지 계약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즉 자리리타의 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약력 ▲56년 서울출생 ▲고려대 경영학과 ▲미 플로리다대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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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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